북한 젊은이들에게: 남한의 데이트 코스
2007.01.09
젊은 여러분! 한 주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습니까? 요즘 남한에서는 새해를 맞으면서 시무식이다 뭐다 해서 좀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시무식이란 북한으로 말하면 회사별로 갖는 회의 비슷한 것인데요. 남한에서는 대체로 새해 들어 첫 출근하는 날 전체 회사원들이 한 곳에 모여 올 한해도 회사나 자기가 속해있는 조직이 나갈 방향이랑 일정 같은 것을 이야기 하고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아마도 공동사설을 학습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계시겠지요. 보도를 보니 공동사설 관철을 위해서 평양에서는 대대적으로 군중대회까지 열었다고 하더군요.
어제도 오늘도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자력갱생이 올해 공동사설의 전부일진데 아무리 공동사설 관철 궐기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 한들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북한사회가 지금 봉착해 있는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력갱생을 부르짖는 자존심을 버리고, 허심하게 모르는 것은 배우고, 도움 받을 것은 받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양보하는 미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여러분, 새해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만나는 여러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다가 외식이야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외식이란? 집에서 밥이나 음식을 먹지 않고 바깥의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것을 외식이라고 합니다.
물론 북한에도 식당이 있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지요. 적어도 90년대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식당들도 운영되었고 평양에 가면 옥류관이니 청류관이니 하는 곳에 가서 가족들이 함께 음식을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록 특권층과 간부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말이죠.
젊은 여러분, 여기 남한은 외식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연애를 하면서 주로 식당을 만남의 장소로 잡게 됩니다. 식당이 별로 많지 않은 북한과는 달리 남한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식당들이 있습니다.
서양식 식당, 중국식 식당, 한국식 식당 등. 여러 종류의 식당에 고급식당, 보통 식당 등 그 급수도 정해져 있어 자기의 여건에 맞게 식당을 택하여 식사를 즐기게 되지요.
예를 들어, 서양식 식당을 레스토랑이라 부르는데 이런 곳들은 대체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이런 식당들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은은한 불빛에 상마다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어떤 식당에서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곳도 있고, 세계의 명곡들이 은은하게 울려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젊은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런 곳에서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면 정말로 좋겠지요. 북한처럼 사회주의 대건설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다 흙 묻은 손으로 사랑 고백을 하는 것만 신성한 것이 아닙니다.
또 사람들이 볼까봐 두려워 후미진 곳을 찾아 다니며 사랑 고백을 해야 건전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 젊은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공장소를 일부러 택해서 그곳에서 사랑 고백을 합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수 있고 행복감도 몇 배나 커지게 되지요. 은은한 불빛 아래 앉아 아름답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며 세계 명곡을 들으면서 포도주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고, 또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면 여자친구가 얼마나 감격하겠습니까?
며칠 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일본인 기자와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이란 곳에 있는 아주 비싼 서양식 식당이었는데 정말 분위기가 좋더군요. 그 기자와 이탈리아 요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 상에 앉았던 한 남자가 피아노를 치러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서 바치는 노래였습니다. 피아노도 잘치고 노래도 잘불렀는데 여자친구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고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랑 식당 종업원들은 모두 박수로 그들의 앞길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북한에서의 생활이 떠올랐습니다. 남들의 눈을 피해 다니느라 이 구석 저 구석 피해 다니면서 여자 친구를 만났고 사랑 고백도 사적지 잔디밭에서 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왜 굳이 사적지 잔디밭이었는가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사적지에는 저녁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곳이고 또 나무가 많아 몸을 숨기기 알맞고, 또 북한치고 그중 깨끗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사랑 고백을 한 날은 겨울철이었는데 추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있어 행복은 했지만 영하의 추위에 여자친구도 나도 감기가 걸려 엄청 고생을 하였습니다.
젊은 여러분, 여러분도 저와 별로 다를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 함께 고급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고 사랑 고백도 한다면 정말 좋겠지요.
그런 날은 반드시 올 겁니다. 젊은 여러분!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 좀 더 젊음을 불태워 열심히 살아갑시다. 그럼 다음 만나는 시간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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