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이들에게: 여행


2007.01.23

젊은 여러분, 한 주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습니까? 전번 시간에 저는 여기 남한의 젊은 여성들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강냉이 배낭을 이고지고 수 백 수 천리 길을 걸어서 장사 길을 나서는 북한 여성들의 삶과 승용차와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무대로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나가는 여기 남한 여성들의 삶을 대비하여 보았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젊은 여러분 여러분은 여행을 좋아 하십니까? 제가 북한에서 살 때는 별로 여행이 즐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일단 여행을 하려면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또 증명서가 있더라도 교통이 불편하여 고생고생 해가며 목적지에 가야하니 즐거움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던 북한에서의 여행입니다.

젊은 여러분, 그렇다면 여기 남한의 여행은 어떨까요, 일단 여기 남한에서는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그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행을 하는 데 비용이 들지만 그것은 자기가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신기할 것입니다. 여행증 없이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분이 거짓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여행증명서는 없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군대 초소나 단속 초소는 하나도 없으며 누가 신분을 확인하는 곳도 없습니다.

저도 처음 와서는 그것이 적응이 잘 안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부산으로 놀러가자고 왔는데 그냥 집으로 전화가 와서 “그래 가자! 그런데 어떻게 가는데?” 하고 물었더니 차를 타고 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차를 타고 가는데 준비할 것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웃으면서 준비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 차에 기름만 넣고 가면 되는데 하고 놀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서울에서 부산까지면 평양에서 온성까지 거리인데 그렇게 먼 거리를 가는데 증명서나 무슨 확인증 같은 것이 없이도 갈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들은 웃으면서 가보면 안다고 했고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부산을 향해 떠났는데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한참 달렸는데 드디어 걱정하던 것이 나타났습니다.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큰 단속초소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속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여행증도 없이 어떻게 저 초소를 통과하려는지 속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초소 안에서는 총을 든 군인이 아닌 이쁜 아가씨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 어서 오십시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을 하던 친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돈을 꺼내서 그 여성한테 주었고 그 여성은 “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또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 북한처럼 뇌물을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곳은 단속 초소가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돈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국가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돈을 투자했는데 그 돈을 뽑을 때까지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차들에게 도로세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도로세도 많은 돈은 아니고 아주 적은 돈을 받아서 도로이용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는 곳을 지나서부터 부산까지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는데 도중에 아무도 걸치지 않고 곧장 부산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밤. 부산 해운대의 밤 바다를 바라보면서 맛있는 회를 먹었고 호텔에 들어가 푹 쉬고 다음날에는 바다를 구경하고 해수욕도 하였습니다.

젊은 여러분, 어떻습니까? 통행증 없이 아무 데나 갈수 있다. 신기하지요. 여러분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행증명서 없이 아무나 마음대로 다니라고 하면 사회가 유지되겠나 하구요. 하지만 북한보다 더 질서 정연하고 유지가 잘 됩니다.

제가 처음 여러분을 만날 때 잠깐 여기 젊은이들의 연애 이야기를 하였을 것입니다. 저녁에 부산에 있는 여자 친구와 서울에 있는 남자 친구가 전화로 연락하고 보고 싶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서울역과 부산역에 가서 기차를 타면 됩니다.

그리고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만나면 되지요. 기차를 타고 가는데 증명서 보자는 사람도 없고 또 기차표 살 걱정도 없습니다. 기차는 30분에 한 번씩 오기 때문에 아무 때 가도 자기가 원하는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북한식으로 하면 개성에 살고 있는 여자 친구가 함경북도 온성에 있는 남자 친구와 저녁 6시경에 전화로 약속을 하고 기차를 타서 저녁 8시 경에는 평양쯤에서 만나서 밥을 먹고 함께 모란봉 유보도를 산보하는 셈이지요.

여러분은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하지 못하는 일들을 여기 젊은이들은 일상생활로 향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여러분, 여러분도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할 그날을 그려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만나는 시간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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