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선 순대가 북한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해방직후와 6.25전쟁 시기 피난을 온 실향민들에 의해 남쪽에 널리 알려진 아바이 순대는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들의 애환과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이지요.
남쪽사람들도 역시 북쪽사람들이 대접하는 순대를 맛보면서 북쪽의 푸짐한 인심을 접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순대의 앞에 붙인 아바이란 말도 함경도에서 중노인 이상이 된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랍니다. 인심 좋은 북쪽 아바이가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순대 맛은 남쪽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하게 각인되었고 아바이 순대는 북쪽의 인심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아바이 순대의 특징은 돼지의 굵은 창자로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온갖 채소와 피, 그리고 찹쌀과 기장쌀 등을 넣고 만들어 영양적으로도 아주 좋은 음식이랍니다. 특히 순대에 들어가는 피와 채소들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과 광물질들이 아주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질 등이 골고루 섞여 있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서도 충분한 음식입니다.
우리들이 북한에서 살 때 순대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지요, 북쪽에서 돼지를 잡는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으니까요. 김일성의 생일이거나 김정일의 생일날, 그리고 집안에 큰 대사가 있는 날, 등 일반인들이 돼지고기를 맛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순대는 우리나라에서만 해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만 고기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선조들은 잡은 짐승의 고기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순대를 만들어 먹었는데 순대에는 여러 가지 채소와 쌀, 피, 그리고 돼지의 부산물까지 깡그리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인 음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북쪽에서 돼지를 잡는 날은 그 지역의 명절이나 마찬가지어서 온 동네가 기쁨에 설레었던 기억들이 납니다. 사실 북쪽의 돼지들은 사료를 먹이지 못하고 거의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쓰레기를 먹이거나 풀밭에 매어 길러 풀을 먹이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남쪽돼지고기에 비해 비게도 적고 고기도 적게 나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으려면 순대가 제격이지요.
창자에 채소와 피와 쌀을 넣어 만들어 온 동네 사람들이 나누어 먹으며 인정을 나누던 생각이 나는데 남쪽에선 가는 곳마다 순대국집이 많기 때문에 순대국집에 가면 순대를 맛 볼 수 있답니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북쪽에선 생일상이나 결혼식상, 환갑상 등 상차림에 순대를 올려놓지만 남쪽에선 순대를 올려놓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만큼 북쪽에선 순대가 귀한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쪽에서 만들어 먹던 순대는 남쪽사람들에게도 별미음식이어서 상당히 환영받고 있는데요, 저희 어머니도 지금 어느 한 식당의 순대를 맡아서 만들어 주곤 하는데 인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북쪽에 비해 재료가 풍부하니까 훨씬 맛있는 순대를 만들 수 있지요, 북쪽에선 쌀이 부족하고 비싸기 때문에 옥수수를 넣거나 밀을 넣어 만들기도 했는데 남쪽에선 찹쌀, 기장쌀, 멥쌀 등, 쌀도 여러 가지를 넣고 채소도 많이 넣기 때문에 순대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답니다. 거기에다가 돼지고기도 잘 다져서 넣고 또 양념도 양파, 고추, 부추 등 여러 가지를 넣어 만드니까 순대는 그야말로 종합식품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음식이랍니다.
돼지의 사골을 푹 고아서 만든 진한 국물에 순대를 띄어 넣고 끓인 순대국 또한 구수한맛이 일품인데요, 남쪽에서는 남녀노소가 다 같이 즐기는 음식중의 하나랍니다. 순대를 번철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어서 먹으면 더욱 맛있는 순대를 먹을 수 있는데 요새는 퓨전음식이 유행하는 시대여서 순대를 이용한 여러 가지 퓨전음식들이 많이 개발되었답니다.
서울의 어느 한 여성은 20여 년 전 아무런 밑천도 없이 순대장사를 시작하였는데 순대와 창자를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볶아먹는 순대볶음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고 신지식인에 선발되기도 하였답니다. 현재는 신림동 순대볶음으로 여러 개의 식당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순대는 6.25 전쟁시기 피난을 온 실향민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준 음식이기도 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삶의 애환을 달래는 사람들에게 고향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답니다.
저도 가끔은 시장에 가서 순대감들을 사다가 순대를 직접 만들어 이웃들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대접하군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여러분들과 다시 만나는 그날이 오면 우리 맛있는 순대를 한 광주리 만들어 놓고 밤새껏 즐겁게 이야기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