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보증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지요. 개인들 사이의 재정적인 업무가 그리 많지 않은 북한사회에선 보증이란 단어가 정치적인 개념을 많이 띤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북한엔 영화도 “보증”이란 영화가 있지요.
당간부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한 노동자의 불미스러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인 생명을 끝까지 보증해 준다는 내용의 영화는 한동안 북한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보아야 할 학습영화로 지목되어 단체관람도 엄청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가는 북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유행가가 됐었지요.
북한에선 이렇게 보증이란 말이 정치적인 면에서 쓰이는 반면 남한에선 보증이란 말이 재정적인 경제적인 면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요. 보증이란 말에 대하여 사전에서는 주 채무자(主債務者)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2차적으로 제3자(보증인)가 그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보증을 서는 것을 <보두다>라고도 한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에 먼저 주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한 다음 보충적(2차적)으로 보증인에게 변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 채무가 무효나 취소, 불성립 등으로 없어지게 되면 보증인이 보증채무가 없다고 주장해도 되고 주 채무자 보다 먼저 변제하라고 하면 보증인은 1차로 주채무자에게 변제청구를 한 뒤라야 2차적으로 변제하겠다고 하거나, 먼저 주채무자의 재산이 있는 한 못 갚겠다는 등의 거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남쪽에서 보증은 아주 중요한 일인데요, 보증을 잘못서면 부자도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제 주변에도 한때는 돈도 많고 사업도 잘되어 잘 살았는데 주변사람의 부탁으로 보증을 섰다가 그 많은 재산이 빚보증으로 넘어가고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도 여럿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남쪽에선 보증인이란 말이 정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북쪽에선 조선노동당에 입당할 때 입당보증을 서는 보증인이 필요한데 남쪽에선 돈을 빌릴 때 이처럼 보증인 필요하답니다.
보증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니 계약서상의 <보증인>이란 명칭은 조선왕조 때부터 사용되어 왔는데 실정법 속에서는 군사상 군보, 보인의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보석[(보방)]·공무원추천보증[(보거)] 등의 공법상 보증제도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개인간의 채권·채무를 보증하는 경우는 돈이나 곡식을 빌릴 때 토지와 집·나무·집기·노비 등을 팔고, 사고, 잡히고 하여 그 계약서[(명문)]나 상속문서[(금기)], 재산증여문서[(별급)·(허여)·(문기)] 등에 보·보인·증보·증보보인) 등의 보증인을 뜻하는 명칭을 기재하였다고 합니다.
보증(인)이라는 용어는 1880년대를 전후로 하여 사용되었고, 그 전에는 보·보인·증보·증보보인 등이 보증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요. 관습상의 보증제도로는 계조직이나 사창·의창에서의 공동보증관행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종계로부터 곡식과 돈을 빌릴 때 계원들끼리 서로 보증을 서고 보장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동보)> <호보> 등의 명칭을 사용하였는데요. 법정보증연대제도에 있어서 공채 및 개인간의 매매·대차관계 등으로 생긴 오래 묵은 채무에 대해서는 주 채무자가 사망하면, 그 채무자의 처자의 재산에 대해서 채권의 만족을 받도록 하는 법규정상 당연히 인정되는 법정당연사망대상의 보증연대책임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경국대전》 규정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공채의 경우 1492년의 《수교집록》의 규정에 의하면, 주채무자의 사망으로 보증연대책임이 면제되고, 사채의 경우 1746년의 《속대전》에 의하여 이자채무만 면제시키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1727년의 《신보수교집록》의 규정에 의하면 주 채무자의 처자가 책임을 부담하는 기간은 공채는 15년, 사채는 20년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회사에 취업할 때 신원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요즘은 보증보험회사라는 기관이 있어서 여기에서 신원보증을 서주기도 합니다.
신원보증이 필요한 사람이 보증보험회사에 일정한 량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신용을 사는 것인데요, 이렇게 함으로 해서 회사는 새로 입사한 사원이 횡령이나 사기 등으로 인한 재정적인 손실에 대해 보증을 받고 손실이 발생하였을 때 보증보험회사로부터 손실액을 보상받는 제도입니다.
북한에서도 서로 돈을 꾸어주거나 하면 제때에 갚지 않아 애를 많이 먹게 되고 또 돈을 빌릴 때 남쪽에서처럼 지인끼리 보증을 서기도 하지만 북한에서의 빚보증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보증이 그리 중요하지 않지요, 하지만 남쪽은 다릅니다. 남쪽에서 빚보증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일생뿐 아니라 대를 물려가면서 중요한 일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보면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데요, 그래서 많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