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북한 말: 촛불시위
2006.10.12
지난 9일 뉴스(보도)에 보니까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발전시켜온 노병들과 어머니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유는 북쪽에서 세계의 강력한 저지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쪽에 있을 때 남쪽사람들은 하도 시위투쟁을 많이 한다고 들어왔기 때문에 무슨 나라가 그 모양인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리고 정말 남쪽은 정치도 한심하고 제도도 나빠서 그런 모양이라고 착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북쪽으로 말하면 전쟁노병에 속하는 재향군인회원들과 어머니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여 밤을 새며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시위를 벌였는데요. 물론 여기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누구의 강요나 요청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고 스스로 모여든 것이랍니다.
북쪽에서 핵무기를 만들어 실험을 한다면 그것은 물론 남쪽 땅에 살고 있는 우리민족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지요. 최근엔 남쪽의 정부에서 북쪽정부가 도와달라고 하는 대로 다 도와주고 있는데 김정일정권은 받아먹을 것은 다 받아먹으면서 선량한 남쪽인민을 위해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지요.
사실 북쪽과는 달라서 남쪽에서 북쪽에 주는 모든 물품과 식량 그리고 현금은 모두 국민이 열심히 일하여 번 세금으로 보내진 것입니다. 북쪽이야 물론 위대한 장군님이 신출귀몰해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남쪽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정말 국민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랍니다.
그러니 이제는 할아버지로서 손자들의 재롱이나 받아주면서 여생을 보내야 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게 된 것이랍니다. 촛불시위란 초에다가 불을 켜들고 거리에 모여 위력을 보여주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평화적인 무혈저항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쪽에서야 국가에서 주도하지 않는 한 이런 행위가 절대로 용납될 수 없으니 용어조차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촛불시위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루마니아(북한에선 로므니아라고 부른답니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촛불시위는 루마니아의 어느 한 교회에서 국가의 독재를 반대하는 신도들이 정부에 반항하는 뜻으로 촛불을 켜들고 시위를 벌였는데 정부에서 군대를 동원하여 시위대를 진압하려고 하였으나 시위진압에 나선 군인들이 반대로 정부를 향해 총부리를 돌려대어 오히려 루마니아를 독재국가에서 오늘의 민주국가로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하는군요.
촛불시위는 최근 남쪽에서 아주 빈번히 볼 수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혹시 남쪽주민들이 이렇게 정부의 뜻에 도전하여 반항을 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까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여기는 민주국가입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의사와 사상은 존중되고 있구요, 정부나 대통령이 잘못하면 강력하게 비판하고 대통령을 탄핵(대통령을 사임시키는 것)도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이번에 북쪽에서 핵실험을 강행하였는데 아마 남쪽 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국민을 인질로 삼고 강행하는 모험인데 죽겠다고 가만있겠습니까?
아마 핵실험의 결과로 미국의 경제봉쇄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가뜩이나 어려워 입에 풀칠조차 어려운 백성들의 죽 그릇엔 눈물방울이 더 많이 떨어지게 되겠지요.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국민의 생활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체제유지와 권력에만 몰두하는 독재자를 불평 한마디 없이 지지해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김일성이 동유럽(북한에선 동구라파라고 합니다.)에 다녀와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인민은 참 좋은 인민입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정말 김일성이 북한주민을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김일성이도 그렇게 백성을 고생시키는데 정말 불평한마디 못하고 참고 희생하는 북한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쪽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을 몇 백 만 명씩 굶겨죽이면서 십년 넘게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는 독재자를 지지하고 따르는 곳은 없더라고요. 정말이지 남쪽에 와서 살면서 보니까 북녘의 우리주민들이 더욱 더 불쌍한 것은 그처럼 고통당하면서도 반항한마디 못해보고 지옥에서 시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핵실험 때문에 또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배고픔을 겪어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 하겠습니까? 저도 촛불시위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몫까지 합쳐서 김정일을 단죄하고 독재자의 횡포가 하루빨리 끝장나기를 간절히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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