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먹거리 비교: 삼계턍


2006.08.05

북에선 삼복이라고 보양식을 먹어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남쪽에선 삼복에 복날마다 보양식이 인기랍니다. 직장에선 직장별로, 가정에선 가족별로, 친구나 애인과 함께 삼계탕이나 보신탕이라고 하는 단고기국을 먹으러 가는데요, 이날은 삼계탕을 파는 식당이나 보신탕을 파는 식당들에선 특별전투기간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대형할인점(백화점형식의 대량의 물건을 싸게 파는 상점)들이나 수퍼마켓(동네상점)들에서도 사다가 집에서 전자레인지(전기를 이용하여 음식을 데워먹는 기계)에 잠간 넣었다가 먹을 수 있는 즉석삼계탕도 많이 판답니다.

지난 일요일은 삼복중에 중복이었는데 아침에 아파트에 설치된 방송에서 동네에 살고 계신 어르신(노인)들을 위해 삼계탕을 준비했으니 점심에 다들 나와서 잡수시라고 광고가 나왔습니다.

복날을 맞아 동네 부녀회에서 삼계탕을 끓여서 60세 이상 된 노인들을 대접하는 경로잔치를 하였던 것입니다. 또 이날 교회에서는 교회대로 삼계탕을 끓여 교인들에게 대접하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삼복을 이기는 보양식을 대접하니까 남쪽에선 삼복더위를 이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북쪽에선 평생에 한두 번 밖에 먹어볼 수 없는 닭곰을 남쪽에선 시도 때도 없이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남쪽에서 만드는 삼계탕은 북쪽에서 만드는 닭곰과 조금 만드는 방법이 다릅니다.

북쪽에선 엄지닭을 잡아서 내장을 빼고 그 안에 찹쌀과 황기, 밤을 넣고 찜통에 넣어 물 없이 오랜 시간 끓여서 먹지요. 남쪽에서도 먹는 삼계탕은 어린 닭에 인삼과 마늘 대추 찹쌀 등을 넣고 물을 부어 푹 고아서 만든 음식으로 계삼탕(鷄蔘湯)이라고도 하는데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음식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손꼽는 한국 음식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연계(軟鷄: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를 백숙으로 고아서 `영계백숙'이라 하였는데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 불렸으며 지금은 삼계탕이라고 명칭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서울잡학사전’에서는 “계삼탕은 식욕을 돋우고 보양을 하기 위해 암탉에다 인삼을 넣고 흠씬 고아 먹는 것이다. 배를 가르고 삼을 넣고는 꾸져 나오지 못하게 실로 묶는다. 여름철 개장국 먹는 축보다 더 여유 있는 집안의 시식이다.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여 명칭이 바뀐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삼계탕을 끓일 때에는 한 사람이 혼자 먹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의 닭을 구한 후에 배를 가를 때 되도록 조금만 갈라 내장을 빼내고 그 안에 불린 찹쌀과 인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실로 묶은 다음 강한 불에 끓이다가 약한 불로 1시간쯤 푹 고아야 하는데, 인삼이나 황기의 성분이 닭의 여러 성분과 어울려 충분히 우러나고 찹쌀이 무르며 국물이 알맞게 졸았을 때 불을 끄는데 이것을 그대로 먹기도 하고 꼭 짜서 즙액만을 먹기도 합니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돌솥이나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들어가는 인삼 대추 황기 등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한약재이기 때문에 삼계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약식동의(藥食同意)의 개념이 짙게 배어있는 음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흰 닭을 이용해 삼계탕을 만드는데 이것보다는 오골계로 만든 것이 더욱 약효가 있다고 여겨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오골계를 약용(藥用)이나 식용(食用)으로 많이 쓰는데 조선후기의 ‘임원십육지’와 ‘규합총서’에서는 오골계에 대해 “적흉백오계가 사람에게 아주 좋되 뼈가 푸른색이어야 진짜 오골계이다. 겉으로는 알기 어렵고 눈과 혀가 검어야 뼈가 푸른 법이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골계는 풍을 예방하고 여성의 산후조리에 좋으며 늑막염과 노이로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삼계탕 이외에 닭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으로는 임자수탕(깻국탕)과 초계탕, 닭개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더운 공기로 인해 불쾌지수가 최고로 올라가고 있는 요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처럼 따끈한 삼계탕을 먹는 것이 찬 음식을 먹는 것보다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들고 영양 면에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번 여름 복더위에 꼭 닭곰 한 마리씩 해서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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