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북한 말: 출국금지

지난 10일 북쪽에서 핵실험을 감행한 결과 국제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혔고 북쪽의 이번처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세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었는데요,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유엔에 상정시키고 유엔의 결의 따라 해결해나가는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에는 여러 가지 제재조건을 포함하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가족, 친 인척들의 해외 출국과 해외재산도 동결 시킬 수 있는 조항 등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출국금지는 범법자에 한하여 해외로 도피하지 못하도록 국내의 출국을 금지하는 제도인데요, 주로 국내법에 의하여 국내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되어있는데 김정일의 경우에는 북한내부에선 누구도 김정일에게 지시할 사람이 없으니 국제사회가 가결을 하여 해외에서 입국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으로 취해진다는 것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남쪽에 뉴스(보도) 에는 출국금지 된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특히 대형범죄의 경우 관련당사자가 해외로 도피하지 못하도록 통관조치를 취하는데요, 남쪽사람들은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누구나 해외여행에 필요한 여권을 가지고 있고 또 해당국가의 특별한 승인이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북쪽엔 출국금지를 당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또 출국금지를 당할 만큼 여행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아서 북쪽사람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북쪽에서 그 누구의 제약도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김정일과 그의 가족들이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좀 어안이 벙벙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르면 대량살상무기를 만든 장본인인 김정일은 국제적인 범죄자로 간주되어 김정일이 북한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모든 나라들에 입국금지령을 내렸다지 뭡니까?

그래서 김정일이 유일하게 방문하던 중국과 러시아도 이젠 입국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물론 김정일의 아들들도 가짜 여권을 가지고 돌아다니다가 들켜서 국제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김정일씨도 가짜여권으로 소지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김정일씨의 얼굴은 세계에 너무 많이 알려져서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그것도 가능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입국이 허용되는 나라가 없으면 출국을 할 수가 없지요,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불법체류자로 낙인 되어 감옥행이 기다리고 있고 김정일씨는 이미 국제전범으로 낙인 되었으니 단속되는 즉시로 국제재판소에 회부될 것이니까요. 이라크의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도 국제전범으로 현재 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러니 김정일씨가 탈북자들처럼 소리 없이 도강을 하거나 월경을 하여 다른 나라에 숨어들 수는 없을 것이고 만일에 북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참으로 답답하겠습니다.

사람이 마음대로 다닐 수 있을 땐 사실 시간도 갈 곳도 마땅치 않지만 이처럼 제약을 받으면 얼마나 가고 싶은지 아마 김정일씨도 이번 기회에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갑갑하고 지루할지, 얼마나 여행의 자유를 누리고 싶을지 말입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헤매는 탈북자들이 얼마나 숨 막히는 무서움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을지 말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취해지는 여러 가지 제재조치들을 보면서 남쪽의 주민들과 저희들 같은 북쪽출신사람들은 한 결 같이 북쪽의 주민들을 걱정합니다.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할지,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기약 없는 기아에 시달리다가 죽어가게 될지 말입니다.

주민에게만 혹독하게 합법을 요구하지 말고 김정일씨도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방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하루빨리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마약밀매나 위조지폐, 핵무기제조, 대량살상무기 개발, 이러한 것들이 결코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지 않으며 북한의 가난을 해결해주지도 못합니다.

저도 북쪽에 살 땐 노동당에서 이야기 하는 대로 핵무기를 비롯한 강력한 군사무기가 있어야 북한주민이 살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쪽에 와서 살면서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핵무기가 김정일씨의 권력이나 욕심을 지켜 줄지는 모르지만 북한주민의 생명은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