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 구권과 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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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선 작년에 5천원권 신권을 발행하고 올해 들어 천원짜리와 만원짜리 신권이 발행되었는데요, 북한으로 말하면 화폐교환이 이루어진 것인데 너무 조용하고 아무 일없었던 듯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화폐교환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오늘은 구권과 신권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화폐교환 장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권이란 새 화폐가 사용되기 이전에 사용되던 지폐 즉 기존에 쓰던 지폐를 말하구요, 신권이란 말 그대로 새로 만들어진 지폐를 말한답니다. 북쪽말로 한다면 새 돈과 낡은 돈이겠지요, 그런데 남쪽에선 새 돈이 나왔어도 낡은 돈을 쓰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새 돈과 낡은 돈이 함께 씌어지니까 사람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구권과 신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니까 1992년 화폐교환 당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새 돈이 나오니까 가지고 있던 낡은 돈을 처리하지 못해 얼마나 고생들을 하고 일부 사람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이 휴지장이 되어 땅을 치기도 했지요. 저의 집에서도 그때 아픈 기억이 있었는데요. 1992년 7월 화폐교환을 할 때 북한에선 미리 사람들에게 공지를 한 것이 아니고 비밀리에 준비를 하였다가 화폐교환 바로 전날 은행영업을 마치면서 공지를 하였지요.

글쎄 알 사람들은 미리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폐교환이 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었는데요.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현금을 전액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고 한 가정에 한하여 333원 50전씩 바꾸어준다고 하였지요. 아무리 못사는 집도 그 정도 이상의 돈은 가지고 있는 것이 당시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지요. 살림살이를 알뜰히 해서 돈을 좀 번 사람들은 더 말할 여지도 없었구요.

저의 집에도 1만 5천 원가량의 현금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현금보따리를 안고 얼굴이 흙빛이 되어 뛰어 다니시던 어머니생각이 납니다. 당시 아버지 월급이 80원정도이고 어머니 월급이60원 정도였는데 그러면 1만 5천원이라는 돈이 어느 정도 라는 것은 아시겠지요. 다행히 안전원으로 있는 친구가 도와주어서 은행에 넣고 나중에 찾기 하였지만 수고해준 사람 몫으로 2000천원을 뇌물로 주고 또 이름 빌려준 사람 몫으로 1000천을 떼어주고 은행에서 돈을 내어 주지 않으니까 은행에서 돈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1000원을 주고 나니 결국은 1만원으로 현금이 푹 줄어들었답니다.

그래도 통째로 휴지장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아픈 마음을 위로하였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답니다. 국가가 주민과의 한 약속을 잘 지켜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지요. 국민이 국가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면 은행에선 국민이 원하는 시간에 돈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북쪽에선 국민이 원하는 시간에 돈이 없다고 하면서 돌려주지 않지요.

그러니 누가 국가를 믿고 돈을 맡깁니까?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쓸 수 없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국민은 국가를 불신하여 돈을 맡기지 않고 또 국가는 돈이 은행에 들어오지 않고 개인들 사이에서만 돌아가니까 늘 화폐교환타령만 하고 있지요.

1992년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북쪽사람들은 화폐교환을 제일 무서워하지요. 이것은 눈을 뜨고 통째로 돈을 떼 우는 것이니까요, 사실 북쪽은 돈을 벌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돈을 벌어도 걱정이 많지요, 불로소득이 어쩌니? 수입 대 지출이 어떠니 하면서 언제든지 안전원들이 달려들어 돈을 압수해갈수도 있고 화폐교환과 같은 방법으로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사취하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물론 사람 사는 세상에 근심걱정 없이는 못살겠지만 북쪽사람들처럼 가난에 찌들고 근심과 걱정에 찌든 사람들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답니다. 잘살아도 걱정, 못살아도 걱정, 돈이 없어도 야단, 돈이 많아도 야단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날마다 근심과 걱정 속에 살아가고 계신 북녘의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쪽사람들처럼 자기가 번 돈에 대하여 떳떳하게 권리를 주장하며 경제생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