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또한 각종 기념일이 많은 달이이어서 유난히 꽃배달이 많이 되는 달이지요. 며칠 전에 있은 어버이날에도 수많은 꽃들이 배달되었을 것입니다.
또 다음 주엔 스승의 날이 있어 수많은 꽃들이 초등학교선생님들과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대학교수님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키워주신 스승님들에 대한 제자들의 사랑을 안고 배달될 것입니다.
사실 저는 북에서 살 땐 꽃배달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꽃집도 별로 본적이 없고 누구에게 꽃을 선물해본적은 전혀 없는 터여서 처음엔 상당히 어색하고 생소하였답니다. 꽃배달이란 수요자가 꽃집에 가서 주문을 하거나 아니면 전화로 주문을 하면 원하는 곳으로 꽃바구니나, 화환, 또는 꽃다발 등을 날라다 주는 것인데요. 요즘 남쪽에선 거의 보편화된 일상이랍니다.
북쪽에선 꽃바구니를 증정하거나 꽃병을 헌화하는 것은 김일성 동상이나 김정일 동상 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에 한해서만 하고 그것도 꽃집에서 키운 것이 아니고 산에서 자란 야생화였죠.
해마다 봄이 되면 누가 제일 먼저 산으로 달려가 진달래꽃을 꺾어 다가 피워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초상화 앞에 헌화하는가 하는 것이 충성심 표현의 첫 번째 항목이 되기도 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김일성 전 주석 사망당시 북한의 주민들은 헌화할 꽃을 꺾으러 얼마나 많은 산야를 헤매야 했습니까?
저도 그 당시에 꽃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무려 100리나 되는 곳으로 꽃을 꺾으러 간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비는 왜 그렇게 많이 왔는지, 하루 종일 산판을 헤매며 들꽃을 찾아 온 몸이 비에 젖어 떨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마 그 당시에 북쪽에 꽃집이 있었다면 일확천금을 하였겠지요.
얼마나 꽃이 없었으면 양귀비꽃까지 화환으로 올라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돌아가는 말이 북쪽의 전체 지역에 야생화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돌았었지요. 남쪽엔 가는 곳 마다 꽃집들이 있고 심지어 꽃을 원하는 장소, 원하는 대상에게 배달까지 해준다고 하니 가끔은 요술왕국에 와서 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의 양재동이라는 곳엔 생화들을 거래하는 큰 도매시장이 있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남쪽의 꽃집들엔 가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얼마나 많던지 북쪽의 식물원에 비교할 수 없는 정도더라 구요.
북쪽엔 각 지역에 하나씩 마련된 식물원들에서만 꽃을 키우는데 식물원들은 주로 김정일화나 김일성화 같은 김부자의 우상화에 필요한 꽃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고 설명절이나, 김일성의 생일 또는 김정일의 생일을 비롯한 국가적 행사를 위한 꽃들만을 키우니까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꽃을 선물한다거나 선물 받는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지요.
그런데 남쪽에 와서 보니까 여기는 개인들이 기업이나 장사를 시작할 때도 화분이나 화환을 보내고, 개인의 결혼식이나 회갑, 진갑, 팔순잔치, 돌 생일에도 큰 대형화환이 즐비한 것을 보고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다가 애인들끼리 사랑고백을 할 때도 장미꽃으로 화려한 이벤트를 마련하여 아주 환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는 저도 다시 20대의 청춘으로 돌아가 아주 근사하고 환상적인 사랑고백을 받고 싶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남쪽의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저는 사실 애인이나 남편이 꽃을 사다준다면 아직은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습니다. 남쪽의 여성들은 애인이나 남편에게 꽃다발을 선물 받으면 정말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남쪽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감상적이던데요, 여의도에 벚꽃이 한창일 때 서울은 교통대란으로 홍역을 치를 정도랍니다. 저를 비롯한 북쪽에서 온 친구들은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남쪽사람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여의도 벚꽃축제라든가, 제주 유채꽃축제라든가 등 등 여러 가지 꽃구경 가는 문화에 상당히 어리둥절하고 있답니다.
세월이 흐르면 저희들도 꽃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될 것이고 꽃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보금자리와 여유를 찾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부모님과 선생님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으면서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남쪽의 총각이 북쪽의 처녀에게 꽃 배달을 주문하는 날이 꼭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