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 사는 모든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남쪽은 어떤 나라일가요? 모르기는 하겠지만 아마 남쪽은 자본주의 사회라서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았잖아요, 자본주의사회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 잘 살면 되는 곳 환자가 병원에 오면 환자를 보기에 앞서 돈주머니부터 진찰하는 곳, 이런 곳이 남쪽이다, 라고 생각했었지요.
사실 미국에 살고계신 저의 할머니가 저희들에게 서울로 오라는 소식을 보냈을 때 선뜻 가겠다는 생각을 못했는데요, 그것도 바로 제가 남조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돈밖에 모르는 그런 곳에 가서 돈도 한 푼 없이 어떻게 사나? 하는 것이 저희들의 걱정이었거든요.
사실 북쪽에서 저의들의 아버지가 청년시절에 가담했다는 기독교활동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탈북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답니다. 지금은 남쪽에 와서 사는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목숨을 걸고 탈북 할 생각도 너무 끔찍했고 더군다나 더 걱정스러웠던 건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도 없이 어떻게 살까? 하는 것이 더 걱정이었답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을 통해 남쪽이 그래도 사람살만 한 세상이란 걸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북쪽엔 장애인의 날이란 것이 없지요, 그리고 북쪽에선 장애인을 불구자 또는 기형아라고 부르지요. 남쪽에선 이렇게 불렀다간 큰일 난답니다. 인권침해 죄로 고소당할지도 모르거든요.
북쪽에선 군대에 나갔다가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영예군인이라고 부르지만 자신의 부주의로 장애를 입었거나 또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입고 태어난 사람들은 다 불구자라고 하지요. 남쪽에선 장애를 입은 사람은 장애인, 장애를 입지 않은 사람은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답니다.
한때 장애를 입지 않은 사람에 대해 정상인이라고 불렀다가 장애인들한테 혼이 난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남쪽에 와서 살면서 보니까 자유 민주주의 추구하는 이 사회에선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 아닌 인권입니다.
북쪽에서야 인권이란 말조차 없지만 남쪽에선 인권과 생명이 최고의 가치랍니다. 북쪽의 사회주의 이념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다”라고 말은 하지만 제가 남쪽에 와서 한 10년 살면서 보니 북쪽엔 정말 사람의 가치가 존중되지도 않고 생명조차 안중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례로 평양에 살면서 집안에 선천적 기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평양에서 살수 없지 않습니까? 장애인이 없는 깨끗한 도시 평양을 선전하기 위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은 지방으로 추방을 가야 하지요. 그런데다가 생활환경까지 불편하니까 장애인들 다시 말해서 불구자들이 살기엔 북쪽이란 나라는 너무 척박한 땅이지요.
남쪽에선 요즘 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이 너무 좋아졌답니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는 무조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고 또 남쪽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구들도 아주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몇 년 전에는 장애인 여성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 국회에서 활동하는데요, 그 여성 국회의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하반신 이 마비된 사람이었답니다. 북쪽에선 사회활동은 고사하고 바깥출입도 어려운 상태이지요. 또한 남쪽에선 장애인을 채용하면 기업에다가 특혜를 주는 제도도 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쪽에 와서 보면 장애인이 정말 많아 보입니다. 북쪽엔 불구자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집안에 불구자가 있다고 하면 집안 내 정상적인 사람들의 혼사 길까지 막히니까 집안의 불구자에 대해 대체로는 숨기는 편이지요.
그리고 남쪽처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구들이 전혀 없으니까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바깥출입이 전혀 불가능한 문제도 있지요. 아무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북쪽의 불구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여러분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