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 실내 인테리어

0:00 / 0:00

이애란

저희들이 남쪽에 와서 입주한 임대아파트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펴고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되어오는데요, 그런데 요즘 저희들 아파트에서는 입주한지 10년이상 된 가정들에 한하여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집도 지난주에 새 벽지와 새 장판을 하여 집이 정말 새집처럼 꾸며졌는데요, 동네사람들이 자꾸만 집들이를 하라고 성화입니다.

새 장판을 깔고 새 벽지로 도배를 하여 너무 깨끗해진 집안을 둘러보면서 늘 그랬듯이 북쪽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북쪽에선 자주 주민들에게 집안을 알뜰히 꾸릴데 대한 강연회도 하고 캠페인도 벌이면서 집 꾸리기를 장려하지요, 북쪽에서 집 꾸리기 하는 것을 남쪽에선 실내 인테리어라고 한답니다. 북쪽에선 봄과 가을에 위생월간을 정하고 주민들이 집을 깨끗하게 꾸리고 살도록 감독과 통제를 하지요. 남쪽에선 집을 잘 꾸리고 사는 것은 본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전혀 통제하는 것이 없는데요, 제가 서울에 와서 산지 10년이나 되지만 한번도 위생검열을 받아본 적도 없고 위생검열이란 말이 아예 없더라구요.

북쪽에선 위생검열에서 불합격을 맞으면 집 문짝에다가 검정색으로“불합격”이라고 크게 써 붙이고 심한 경우에는 통보강연이나 사상투쟁회의에 불려가 비판을 받기도 하고 엄청난 망신을 당하게 되지요. 그리고 공장들과 회사들이 위생검열에서 불합격을 맞으면 생산을 중지 당하게 되니까 위생검열을 온다고 하면 공장에 난리가 나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남쪽도 식당이나 식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가끔 식품의약품 안전청이라는 곳에서 위생상태를 검열하러 나가지만 모든 공장에 한해서 위생검열을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남쪽에선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위생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욱더 세련된 미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이 많은데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배지도 너무 많고 장판재료도 얼마나 다양한지 고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답니다.

북쪽에선 위생검열이 개인에 대한 일종의 국가의 감독이니까 위생검열을 담당한 위생방역소 사람들은 위생검열을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또는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다보니 더 많은 불합격자들을 만들기 위해 위생방역소 사람들은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출두 하듯이 위생검열은 갑자기 하는데, 인민반에 위생검열이 나온다고 하면 인민반장이 동네를 돌면서 위생검열 온다고 뛰어다니면서 알려주면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집에 자물쇠를 잠그고 멀리로 피하기도 하고 문을 잠근 채로 집안에 숨어서 인적을 내지 않고 있던 생각이 나서 가끔은 웃음이 난답니다.

할 수 없이 집안을 보여주는 경우에도 급하게 하다보니 보이는 곳만 청소를 하거나 다른 장식으로 커버를 하는 경우도 많고 위생검열관이 아는 사람인 경우에는 합격으로 처리해 달라고 빽을 동원하기도 하던 시절과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생활의 오늘을 비교해보면 정말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봄철을 맞으면서 깨끗하게 단장된 집안을 둘러보니 북쪽의 위생검열이 생각나면서 북한 땅의 우리이웃들에게 우리 집을 보여주고 그들을 집들이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