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피디수첩

이애란

제가 남쪽에 와서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피디수첩이나 뉴스추적 같은 고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피디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자를 말하는데, 북쪽말로 하면 아마 연출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뉴스란 새로운 정보를 말하는데요. 뉴스추적이란 프로그램은 주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찾아내서 고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피디수첩이나 뉴스추적, 추적 60분 같은 고발 프로그램들은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비리들을 추적해서 폭로함으로써 남쪽사회가 더욱 깨끗하고 민주화된 사회로 거듭나는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이런 고발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이처럼 썩은 나라가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다릅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접하는 남쪽은 정말 범죄도 많고, 비리도 많고, 부정부패가 심해 보이지만, 실제로 생활하면서 느끼는 남쪽은 북쪽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범죄도 적다는 사실입니다. 북쪽에 살 때는 제 주변에서도 부정부패와 비리, 각종 범죄들이 많았는데, 남쪽에선 아직까지 가까운 제 주변에서 그런 범죄를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남쪽의 각 방송사에서는 이처럼 사회의 이모저모 권력층에게도 접근해 부정과 결탁된 모든 것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파헤쳐진 비리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기도 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기도 합니다. 남쪽과 북쪽의 다른 점 중에 하나가 바로 남쪽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여과없이 사실대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고, 북쪽은 좋은 일만 골라서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부정적인 것은 언론매체에서 전혀 다룰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북쪽에 살 때,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하는 얘기가 중국에서는 잘못을 저질러 감옥에 가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도한다고 하면서 아주 신기해 했는데요. 북쪽 사람들도 정보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도 정말 많고요. 북쪽에서는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많은 대형 비리사건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고위직에 있는 인사들의 비리들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인데요. 이런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달됩니다ㅑ. 그러다보니, 사실보다 훨씬 부풀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떡은 떼고 말은 붙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사람들은 자신들이 입수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함께 전달하는 것도 사실이겠죠.

북쪽에선 아침시간에 방송하는 유선 방송시간에 통보방송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범죄나 비리들을 방송하는 적이 가끔 있지만, 이런 경우엔 이미 당사자들이 엄청난 법적 제제를 받은 상태이지요. 죄의 경중을 떠나 시범적으로 걸린 사람들은 형벌이 더 엄하기 때문이랍니다.

남쪽에서 언론의 사명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라는데요. 북쪽의 언론은 인민들을 교양, 개조하는 사상 선전과 교양교육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말 차이가 많네요.

정부와 기관들이 하는 일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현상들을 추적해 국민에게 알려줘서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쪽의 언론인들이 하는 일입니다.

북쪽에선 정부와 지도자가 하는 일을 미화하고, 정부의 정책과 지도자의 사상을 주민들에게 주입시켜 주민들이 말을 잘 듣도록 하는 것이 언론이 하는 일이지요. 언론의 자유가 주어지고,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송을 북쪽 주민들도 청취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