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 펜션

이애란

며칠 전에 제가 다니는 교회의 식구들과 함께 안면도라는 섬에 다녀왔습니다. 안면도는 남쪽의 서해에 위치한 태안반도에 있는 섬인데요, 경치도 아름답고 또 새롭게 들어선 펜션들로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방불케 하는 곳이었습니다.

최근 남쪽에는 경치 좋은 곳에 이런 펜션들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데요. 펜션이란 호텔의 합리성과 가족적 분위기를 살린 숙박시설을 말합니다, 원래는 구라파에서 주로 가정의 빈 방을 이용하여 부업으로 하는 식사제공의 간이숙박시설이었다고 하는데요. 요금이 싸고 가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독일·프랑스 등지에서는 펜션이 전체 숙박 시설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남쪽에서는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펜션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저희들 교회에서도 주말을 이용하여 다녀왔는데요, 그곳에 가보니 가족단위로 펜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인구의 4분의 1인 천이백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을 떠나 이곳에서 보낸 하루 밤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웠는데요. 도시생활과 직장에서 쌓인 피곤과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 가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땅 냄새를 맡으며 아이와 함께 들판을 거닐기도 하고 갖가지 꽃들과 풀들을 구경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의 조개주이는 또 얼마나 낭만적 이었는지요.

하여간 하루 종일 밖에서 아이들과 또 교회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저녁에는 저녁대로 맛있는 식사와 여러 가지 즐거운 놀이들을 하면서 서로의 서먹서먹했던 모든 감정들도 다 날려 보내고 그야말로 한식구가 되었습니다.

저녁시간에 야외에서 한 바비큐 파티가 일품이었는데요, 연기가 빠지지 않아 눈물은 좀 흘렸지만 눈물과 함께 먹는 삼겹살도 맛이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북한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요, 통행의 자유가 제한되고 또 교통수단도 없고 더군다나 고기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에나 냄새라도 맡을 수 있는 귀한 물건이라 이런 풍요롭고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되었던지 모릅니다.

북쪽에도 펜션을 지을 수 있는 곳들이 사실은 정말 많습니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북쪽의 수많은 골짜기들과 바닷가들에 이런 펜션들이 들어선다면 북쪽사람들도 물론 즐길 수 있겠지만 해외와 남쪽의 여행객들을 유치하여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철의 장막이라 불려지는 곳이라서 세계인들의 궁금증을 많이 불러일으키고 있고 북쪽의 문화와 먹 거리들을 선 보일수도 있어서 개혁과 개방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생각됩니다.

남쪽에 오니까 그런 말이 있더군요. 남쪽의 기자가 북쪽에 가서 북쪽주민에게 여름에 해수욕은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까 묘향산으로 간다고 답변했다고 말입니다. 물론 해수욕이나 피서를 가본 적이 없는 북쪽사람들이지만 저는 그렇게 대답할 만큼 국어를 모르는 북쪽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수욕은 당연히 바닷가에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북한에서 초등교육이상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말이니까요. 살면서 보니까 남과 북에는 서로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은데요. 해수욕을 묘향산으로 갔다고 대답했다는 북쪽사람들에 대한 남쪽사람들의 생각도 그중 한 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 남쪽에 왔을 때 남조선은 소수의 자본가들만 잘 사는 동네인줄 알았더니 실제로 남쪽은 북한의 노동자 사무원으로 분류되는 중산층이 사회의 기본세력인데요, 실제적인 생활수준은 북한의 중앙당간부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펜션에 가고 또 해수욕을 가고 피서를 가는 대부분은 이런 중산층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최악의 식량난상황에서 20여년 가까이 살아오신 북쪽의 주민들에게 피서나 해수욕, 그리고 펜션 같은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북쪽이 개혁 개방되어 자유시장경제가 들어서고 민주주의 가 수립되면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사치스러운 기회가 꼭 오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자 합니다.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