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기 배고픔 문제 일부 개선…‘만성적 식량부족’ 여전”

앵커: 북한이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배고픔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황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관호 한국 농어촌공사 책임연구원은 최근 ‘김정은 시기 주민들의 식품 소비행태 변화에 관한 연구’ 박사 논문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부, 통계청 등 전문기관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은 배고픔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분석 결과 김정은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하루 세 끼 이상 섭취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주식 구성은 주로 쌀이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식인 고기의 섭취 비율도 김정은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증가했고 육류소비로는 돼지고기 섭취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김 책임연구원은 돼지고기가 닭고기보다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김정은 시기 간식인 빵, 과자류와 기호식품인 음료 등의 소비 경험률도 높았고, 이러한 식품 소비는 주로 시장을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 대해 김 책임연구원은 김정은 시기 식품 가공공업이 발전한 것, 주민들의 명목 국민 총소득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것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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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책임연구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주식의 질적 변화가 일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동시에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지역, 계급, 계층 간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에 따라 식량문제 개선효과와 식품 소비변화가 모든 주민들에게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식품공장이 평양에 집중되어있어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불균형이 발생해 식품 소비에 지역 간 편차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관호 한국 농어촌공사 책임연구원] 생산량은 지금 줄어들지는 않고 있고 오히려 증가하는 품목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기본 토대가 되어 먹거리나 식생활에 좀 변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만 계층 간 격차가 크고, 지방 말단까지도 원활하게 식량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잖아요. 식료품 공장 등이 평양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북한 남포시의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북한 남포시의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북한 남포시의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AP)

“현재 북한 중산층 식생활, 10년 전 상류층 수준”

앞서 2023년 2월 한국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의 정은미 연구위원 등도 ‘북한의 중산층’ 보고서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등 자료 분석 결과, 김정은 시기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수준이 꾸준히 개선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탈북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하루 세 끼 이상 식사를 하며, 하층 주민도 소득 중 식량 지출 비중이 50% 내외”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 중산층 식생활 수준은 10년 전 기준으로는 대략 상류층의 식생활에 해당하는 셈”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식생활의 다양성이 중산층의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고 밝혔고, “식사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북한 계층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논문 내용은 개인 견해이며, 한국농어촌공사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