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대북 정제유 수출 크게 늘려

앵커: 중국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북한에 13만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 증가한 점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이 지난해 9~11월 북한에 13만 1천521배럴의 정제유를 수출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제재위)에 보고했습니다.

13일 제재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9월 6만 5천386배럴, 10월 3만 5천517배럴, 11월 3만 618배럴의 정제유를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이로써 중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는 총 28만 928배럴로, 이미 2023년 한 해 동안 공급한 25만 6천861배럴을 초과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해 1월 북한에 약 1만 5천 배럴의 정제유를 공급했다고 통지한 이후 관련 보고를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이날 기준으로 지난해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는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정한 한도인 50만 배럴의 6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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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수치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공식 보고한 양만을 반영한 것으로, 북한에 실제로 반입된 정제유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을 통해 불법적으로 제한량을 초과한 정제유를 북한 측과 거래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캐나다 해군 등 유엔 회원국들은 한반도 인근에 호위함과 초계기 등을 배치해 대북 제재 위반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역시 지난 1월, 북한의 불법 정제유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북·중 관계 회복? 정제유 수출 급증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2022~2004년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정제유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북한 대북 정제유 공급량 2022~2004년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정제유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제작-조진우 기자)

중국이 지난해 9~11월 사이 수출한 정제유는 이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는데, 2023년에는 8만 6천459배럴, 2022년는 3만 9천221배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도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2024년 1월에는 4천884배럴, 2월 2천988배럴, 3월 7천64배럴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정제유 공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북한에서 철수했던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이 5년 만에 평양에 복귀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 양야쥔 대사를 만났는데, 북한 외무성 고위급 인사가 중국대사를 찾아가 만난 사실이 공개된 건 1년여 만입니다.

북, 중·러 사이서 균형 잡기?

이에 대해 미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북한과 중국 간의 교역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에 군사 물자를 제공해 많은 이득을 얻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가능성에 대비하거나, 러시아가 북한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급변하는 북·중·러 관계 속에서, 북한이 중국과 다시 밀착하는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