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파면”

앵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8인의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4일, 8인의 헌법재판관이 출석한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내렸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경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간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위를 잃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긴급 계엄령이 실체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절차적인 정당성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당시의 정치, 사회적 상황이 전시나 사변에 해당하거나 적과 교전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힌 것입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이유로 거론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줄탄핵’과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으로 예산 감액 의결을 한 점 등에 대해서도 “이른바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는 경우 다수의 야당이 헌법 및 법률에 따라 부여된 정부에 대한 견제권을 최대한 행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국가비상사태에 의한 계엄 선포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국회 병력 동원에 대해 “국회 불체포특권·정당자유 침해”

특히 한국 국회로 군인을 동원한 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침해’, ‘정당활동의 자유 침해’,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의 권한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헌법 아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실현할 수 없었다면 ‘헌법개정안 발의’, ‘국민투표’, ‘정부 법률안 제출’ 등의 방법으로 권력 구조와 제도 개선을 설득할 수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 민주주의에 해악…다수 야당, 소수의견 존중해야”

헌재는 “‘야당의 전횡에 관한 대국민 호소’나 ‘국가 정상화’의 의도가 진실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헌재는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등 조치들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즉 다수 야당에 대한 질타도 덧붙였습니다.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11일 만에 한국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은 탄핵소추 111일만입니다.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기 대통령 선출까지 한국의 국정 전반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파면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전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행은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감행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과 선전선동에 대비해 빈틈없는 대응 태세를 유지해주기 바란다”며 “러북 밀착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간부 전원은 한 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실장, 특별보좌관, 수석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차장 등 15인이 한 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대통령실 고위 보좌진의 사의를 모두 반려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한국 대통령이 파면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됩니다.

앞서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및 이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소극적인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해 12월 11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일주일여 만에 처음으로 해당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한국 국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에는 이틀만에 별다른 논평 없이 관련 소식을 짧막하게 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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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에서는 독재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북한에서는 윤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한국에는)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고, 대통령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등의 민주주의 기본 원칙들이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생소하게 여기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런 것들이 대내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할 것입니다.

이어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윤 대통령의 파면 관련 보도는 하겠지만 대대적으로 선전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