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신의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차 출동 비용 문제로 주민들이 머뭇거리다가 화재 진압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소방대는 화재 발생시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화재를 진화하는 안전성 산하 기관입니다. 도, 시 안전국과 안전부에 별도로 설치된 소방대는 화재 시 즉시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주민들의 생명 재산을 보호해야 하지만 실재 화재 발생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지난달 27일 낮 1시경에 신의주 세관 옆 한 아파트에서 뜻밖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소방대가 제때 출동하지 못하면서 10여 가구가 불에 타 버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27일은 일요일이지만 어른들은 거의 주변에 지대정리(사회동원)에 나가고 집에는 아이들만 있었다”면서 “이날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집에는 소학교 학생들이 여럿이 모여 놀다가 화재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뜻밖에 불이 가구와 집기에 번지자 학생들은 밖으로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인민반 경비원과 일부 주민들은 신고를 미루며 자체로 불을 끄려다가 불길이 옆집과 윗집으로 옮겨 붙어 결국 옥상까지 번졌다”고 말했습니다.
화재 신고시 ‘소방차 연료비’ 주민 부담
현재 북한은 소방장비 부족과 장비 노후화, 연료부족으로 화재 발생시 소방대의 기능이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만해도 화재 신고를 할 경우 내화 3만원의 (소방차) 연료비(휘발유)를 주민들이 부담했는데 최근 그 비용이 5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 “대부분의 인민반 세대가 30여 가구인데 각 세대별 부담으로 50만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주민들이 이번에도 소방차 비용에 부담감을 갖고 자체 진화에 나서면서 옥상까지 불이 번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은 소방대가 있으면 뭘 하냐며 무용지물이 된 소방 체계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화재가 발생해도 안전부가 소방차 연료를 주민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북한)나라 소방대의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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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압록강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주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그런데 소방차 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신고가 지체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일요일이어서 집에서 모여 있던 10대의 학생들이 라이터 장난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안다”면서 “7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마지막 층인 12층까지 번졌지만 소방차는 10여 세대가 다 탄 후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화재는 1시간 만에 진화되었지만 불길에 휩싸인 10여 가구는 집안에 있던 식장, 이불장, 책장 등 집기가 다 타버렸다”면서 “다행히 낮에 화재가 발생한데다 지역 주민들이 제때에 화재 현장을 탈출해 인명 사고는 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해도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소방대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반면 국가 차원에서 소방대에 (소방차) 가동 연료를 보장해 주지 않는 데 안전성 소방대라고 무슨 수로 제때 진화에 나설 수 있겠냐는 주민 여론도 제기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