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소방대 불신…화재신고 꺼려

0:00 / 0:00

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119 소방대 화재신고 전화 사용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소방대의 화재 진압 역량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그런지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각 시, 군과 규모가 큰 기업에 소방대가 있습니다. 북한 소방대는 화재진압, 재난구조 업무만 담당하며 응급의료 지원은 하지 않습니다. 시, 군 소방대는 지역 안전부 호안과 소속으로 안전원 신분이며 기업소 소방대는 기업의 경비를 담당한 보위대 소속으로 일반 근로자 신분입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최근 당국이 공장, 기업소와 인민반을 통해 119 소방대 화재신고 전화를 적극 활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한 경우 지역 소방대 또는 기관, 기업소에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이번 조치는 긴급 전화번호로 소방대에 직접 연락해 화재에 신속히 대응하라는 의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원칙적으로 소방대가 화재 통보를 받은 때로부터 30초 내에 출동준비를 갖추고 동원되게 되어 있지만 지방은 소방차가 너무 낡아 발동이 걸리지 않아 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과 도 소재지를 제외한 지방 소방대에 소방차가 2~3대 있지만 1960-70년대에 생산된 소련산 트럭으로 매우 낡은 상태입니다. 소방대원도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준비된 인원이 아니라 군복무를 하는 일반 사병들입니다.

<관련기사>

북, 수해 복구장비 부족해 30만명 '땜질 동원'

북 노후 화학공장서 화재...당국은 방화로 몰아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화재가 나면 긴급 전화번호로 통보하라고 하지만 소방대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여름 동네에 불이나 소방대에 재빨리 연락했으나 소방차가 신속히 동원되지 못했다"며 "여러 채가 잇달려 있는 하모니카 주택이라 자기 집에 불이 옮겨 붙을까 우려한 주민들이 나서 불을 거의 껐을 때 소방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09020759261329_l (1).jpg
북한이 지난 2021년 9월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개최했던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 소방차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

그는 "소방 장비가 얼마나 낙후한 지 물을 쏘는 방수포가 4층 정도 되는 높은 곳의 불을 진압하지 못한다"며 "소방차가 보유한 물을 다 쓰면 다시 물을 채우고 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주민들이 바께쯔를 동원해 소방차에 물을 보충해주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방차에 화재 진압을 위한 기름이 공급되지 않아 소방대가 사적관이나 사적지가 아닌 일반 공장과 개인 집 화재가 난 경우 큰 화재가 아니면 잘 출동하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소방차 같은 장비도 문제지만 소방대원도 문제"라며 "안전부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빽(뒷배경)으로 군대가 아닌 편안한 후방의 안전부에서 하전사(사병)로 복무하는 어린 청년들로 이들이 소방대원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의욕은 전혀 없고 몇 년 버티다가 대학으로 빠져나갈 생각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전화로 화재 신고를 하라는 형식적인 것보다 모든 소방대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소방차와 소방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신속히 출동할 수 있게 대책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