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들에 ‘러-우 전쟁’ 부상병과 결혼 독려

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미혼 여성들을 상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부상당한 영예군인들에게 시집갈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024년 4월경 러시아를 도와 러-우 전쟁에 군인들을 파병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난 2025년 4월 이를 공식 인정했고 총 2만 여명에 달하는 병력이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요즘 간부들 입에서 여성들을 향해 영예군인에게 시집갈 것을 요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부상을 입고 제대한 영예군인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월 중순 군 청년동맹에서 진행된 한 모임에서 군청년동맹 위원장이 해외군사작전에 참가해 용감하게 싸운 군인들을 언급하며 우리 (경원)군 청년들(미혼 여성 청년동맹원) 속에서 이들에게 시집가는 소행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위원장이 1990년대 인접 지역인 회령 처녀 4명이 동시에 영예군인한테 시집갔는데 이는 공장 청년동맹 조직이 사상교양을 잘 한 결과였다”며 “우리도 사상교양을 잘하면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영예군인은 군 복무중 사고로 장애를 입고 제대한 군인을 의미합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특류, 1류, 2류, 3류 영예군인으로 등급이 나뉘며 등급에 따라 약간의 경제적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과거 당국이 전 사회적으로 영예군인을 우대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며 “실제 사례를 담은 영화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팔이나 다리를 잃어 평생 남의 도움이 필요한 특류 영예군인에게 여성을 붙여주는 데 열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시 특류 영예군인에게 시집을 가는 여성이 꽤 있었지만 지금까지 영예군인과 계속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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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요즘 청년동맹이 여성들에게 영예군인에게 시집갈 것을 호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달 조카가 일하는 공장 청년동맹 위원장이 조직별 학습 마감에 김정은의 명령을 받들어 해외군사작전에 참가해 싸우다 부상 당한 영예군인에게 시집갈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질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카가 일하는 공장은 종업원 대부분이 여성들이며 특히 청년동맹원이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남자인 청년동맹위원장이 농담처럼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이는 다 계획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 청년동맹중앙위원회에서 관련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 6.25 전쟁에 참가한 노병보다 러시아에 파병됐던 군인을 더 우대하고 내세우는 분위기”라며 “파병군인 관련 행사에 김정은이 직접 참가하고 무슨 기념관까지 짓고 있는 사실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 5일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 2024년 12월 5일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캡쳐)

소식통은 “이전에 여성들이 영예군인에게 시집가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그 바탕(내면)에는 청년동맹이나 당 조직의 권고와 회유가 크게 작용했고 이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며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청년동맹이 과거의 분위기를 다시 살리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탈북민 출신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지영 교수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여성들에게 영예군인과의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영 교수: 북한 청년들이 남의 나라 전쟁에 가서 장애를 입은 것도 가슴 아프지만, 이들에게 시집가라고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건 또 다른 인권침해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폭행과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돌아간 여성이 많아지면서 영예군인과 결혼하는 사례가 서서히 없어지는 추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영 교수: 1980~90년대초 당국의 지시도 있었고 특히 청년동맹이 팔 걷고 나서 영예군인과의 결혼을 장려했습니다. 사실 거의 반강제로 내몬 건데 그 결혼이 많은 아픔을 초래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파병 부대 귀환 행사와 표창 수여식 등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하에 국가 행사로 진행했고 평양 화성지구에 이들을 기리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도 건립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