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외교장관 “북, 대화 관심 없고 군사 집중”

앵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이 북한은 아직 한국,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6일 중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싱가포르 외교장관.

28일 공개된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 시점에 미국이나 한국, 일본과 의미 있는 대화 통로를 열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한국과 대화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대신 자립성(self-reliance)과 군사 억제력(military deterrence)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8년 만에 북한을 방북한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북한이 이전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으로 “한국과의 통일에 대한 명백하고 단정적인 거부”를 꼽았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이 최근 굳어진 것으로 보이며, 통일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장관은 한국과 미국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라”며 전략적 인내를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대화 통로를 열 기회를 모색하라”며 상황이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싱가포르가 특정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항상 북한과의 소통 통로를 열어놓고 있으며 특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여할 것을 장려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평양이 8년 전보다 더 성장하고 발전했다면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어떤 현대적 도시와도 잘 어울릴만한 곳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대북제재가 분명 북한을 힘들게 했지만 평양에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고 매점에는 물건과 상품이 진열돼있는 등 경제 발전 징후를 여러 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싱가포르를 통해 북한에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이날 “한국 정부의 대화 의지, 기본 입장을 싱가포르 측에 다 전달해서 그것이 전달됐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이라도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 등에 대해 언젠가는 화답하리라 생각한다”고 연합뉴스에 전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달한 입장은 “평화 공존을 위해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당장 대화에 응할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미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여건이 맞는다면 언제든 가능할 것으로 보는 한편, 이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나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는 미국 측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제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여부와 관련해서는 “가능성은 늘 있지만 구체적인 것이 나온 바가 없다”며, 시 주석의 방북이 북핵과 직접 관련이 있을지 여부도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시 주석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북핵 문제보다는 북중관계 강화 등 다른 의제가 우선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조 장관은 다음 달 중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방한이 조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미 간 북핵 문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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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DB, 강제북송 현장 담은 위성지도 공개

이런 가운데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29일 강제북송 관련 구금시설 등의 위치정보를 담은 위성지도 체계를 공개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이를 통해 강제송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구금되거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확인된 실제 구금시설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시설 구조와 피해자 증언, 가해 기관 정보 등을 통해 강제송환 실태와 책임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안하영 NKDB 연구원의 말입니다.

안하영 NKDB 연구원: 위치 좌표나 발생 사건, 위상 사진, 내부 시설 조감도 등 피해자들이 직접 그려주신 내용, 구금시설 재현 영상도 새로 반영했고 일부는 강제송환 피해자들이 직접 증언한 내용도 영상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NKDB는 이번에 공개한 위성지도를 통해 “북한 인권 침해 실상을 지도 위에서 직접 확인하고, 누가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료를 통해 추적할 수 있다”며 목격자들의 기록을 향후 책임추궁 도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하영 NKDB 연구원: 강제북송과 관련해 일반인이나 연구자들이 모두 참고하시기를 바라고, 가해기관 등 정보를 공시함으로써 함께 감시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NKDB는 지난 3월 탈북민 강제북송이 중국 내 관련기관과 북한 보위기관이 연계된 구조적 인권침해이며 중국측 가담자들까지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 규정상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NKDB 토론회에서 이지안 조사분석원의 말입니다.

이지안 NKDB 인권본부 조사분석원(지난 3월 NKDB 토론회): 우선 가해자를 특정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뒤 중국 공안에 대한 고소, 고발 또는 수사 의뢰 등 절차를 시도하는 방안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에서 강제송환을 경험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책임 가시화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NKDB는 이번 공개 자료와 관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관 정보를 국제사회가 직접 열람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한 실질적 조치라며, 향후 ICC를 비롯한 국제 인권 체계가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에 착수할 경우 핵심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