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없다” 반발에...전문가들 “기존 입장 재확인”

앵커: 북한이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 ‘쿼드’가 낸 성명에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차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8일 기자 질의에 외무성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을 빌어 “비핵화는 절대로,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이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지난 26일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데 대해 “미국의 일극 지배 전략 실현에 복무하는 정치·외교적 도구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앞서 ‘쿼드’ 참가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오스트랄리아) 외교장관들은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한 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불법적인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규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모체로 인식하고 수시로 비난해온 만큼, 큰 틀에서 그런 흐름에 따른 반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번 반응은 지난해 7월 쿼드 외교장관회의 성명 때 외무성 담화를 낸 것에 비해 격이 낮아졌다면서, 지난 담화가 대미 비난에 초점을 맞춘 것과 비교해 이번엔 미국뿐 아니라 일본·호주도 함께 비난하면서 중국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도 북한이 개헌 등을 통해 내세워 온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반복적으로 보여온 것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 백악관 관계자들이 비핵화에 대해 직접 발언했을 때, 또 유엔이나 나토, 미국이나 한미일, 국제기구 등에서 뭔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 반응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쿼드라는 다자협의체에서 비핵화 언급이 나오니 반응을 한 것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이나 외무성이 직접 반응해온 선례와는 달리 이번엔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 질의에 응답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오히려 수위가 낮아진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이미 새 헌법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차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이 일관되게 비핵화는 이제 영원히 없다고 이미 이야기했고 수사 자체도 새롭지 않고, 더구나 헌법상 ‘우리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박을 시켜놓은 상황이라서...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중국이 북한에 비핵화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비핵화를 강요한다는 것은 북중 관계에 상당한 악재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의 입장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 아래 유관국들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고, 북핵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모습.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모습.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모습. (AFP)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의미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건조하려는 핵추진잠수함이나 한미 간 핵공유 등을 포함하는 개념일 것”이라며,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측이 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도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위한 정당성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중 전략경쟁 아래 북중 관계 복원을 꾀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이 같은 의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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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대표단 “유엔 대북제재 완전한 이행 지지”

이런 가운데 정동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을 만나 현 정부 대북정책인 ‘평화공존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정 장관은 한국 정부가 독일 모델을 따르는 흡수통일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점진적이고 단계적·평화적으로 민족공동체 통합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세사르 루에나 유럽의회 대표단장은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은 비핵화 목표에 계속 헌신하고 있으며 유엔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루에나 단장은 “지난 몇달 동안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어떠한 의미 있는 외교적 움직임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심화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인권 침해를 계속해서 조명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