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은 연구원 “북 간부층 겨냥한 정보유입 필요”

북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엘리트들의 실상을 분석한 신간 『Privileged but Powerless』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평양의 고위 간부들은 일반 주민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특권을 누리지만, 정작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력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백지은 연구원은 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을 인터뷰해 북한 간부들의 삶과 불만, 그리고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분석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저자인 백지은 박사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책의 제목을 보면 북한 엘리트들에게는 ‘특권’은 있지만 ‘권력’은 없다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특권과 권력을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백지은 박사:평양의 엘리트들, 특히 최상층 엘리트들은 엄청난 특권을 누립니다. 미래과학자거리나 보통강 강변의 고급 주택 같은 최고급 거주지를 이용할 수 있고,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같은 최고 수준의 교육 기회도 갖죠. 즉, 평양에서는 사치품과 안락한 생활을 누릴 기회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에게 충성하며 얻는 혜택인 셈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권력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자:그렇다면 고위 관료들의 이러한 불만이 왜 적극적인 저항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백지은 박사: 네. 제 책에서는 엘리트층의 불만을 10가지 범주로 분류해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큰 불만 사항은 본인과 가족이 처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북한 사회는 1948년 체제 수립 초기부터 어떤 형태의 조직적 저항도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봅니다. ‘인민반’ 단위에서부터 최상층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집단 생활이나 조직 생활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그 사회는 어떤 형태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저항도 불가능하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백지은 박사,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
백지은 박사,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 백지은 박사,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 (백지은 박사)

기자: 박사님은 북한 내 외부 정보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왜 그런 정보가 당장 체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걸까요?

백지은 박사: 제가 알기로 북한의 많은 사람들, 즉 엘리트와 일반 주민 모두 어느 정도 외부 정보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이 사회주의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이나 남한이 북한보다 더 잘 산다는 점 등을 알고 있죠.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해 안다고 해서 집단 행동이 더 쉬워지거나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 정보를 안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여 더 안전하게 시위를 조직하거나 보안 당국에 맞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관련기사

김정은 ‘선대 지우기’에 전 북 고위관리 “뿌리 없애면 권력 무너져”

“북한 인권개선 위해 권력층 제재해야”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백지은박사: 김정은 정권의 생존에 있어 가장 큰 취약점이나 약점은 바로 엘리트 계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에게 외부 위협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내부, 즉 자신의 국민에게서 올 것입니다.

김정은은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얻기 위해 그들을 관리하며, 그 대가로 사치품 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체제 특성상, 그는 언제든 그들을 처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두려움은 만약 이 엘리트들이 어떤 시점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심하거나, 개별적인 불만이 훗날 집단적으로 유의미한 사안으로 발전한다면, 그것이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 북한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나 ‘미국의 소리(VOA)’ 같은 방송사들이 정보를 청취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백지은 박사: 자유아시아방송과 미국의 소리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인 북한 주민들의 마음과 생각에 정보를 전달한다는 훌륭하고 고귀한 사명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엘리트층을 겨냥한 창의적이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합니다. 또 다른 예로는 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서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북한 엘리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꿈꾸는지, 그리고 북한 밖에서 자녀와 가족이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진정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독자들에게, 특히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시겠습니까?

백지은 박사: 북한 엘리트들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그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충성하는 척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상황 판단의 기준(계산)이 바뀐다면, 대다수의 북한 엘리트들은 김정은에게 진심으로 충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메시지를 깊이 새겨야 합니다.

기자: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Privileged but Powerless』의 저자 백지은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인터뷰 대담에 자유아시아방송 정영기자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