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급여 10배 올렸지만 쌀 2kg도 못 사”

앵커: 북한 당국이 노동자 급여를 일제히 10배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지만, 결국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당초 의도한 이른바 ‘경제 재설계’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24일 서울에서 최근 조사한 북한 물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는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북한 접경지역인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거주하는 취재원 6명과 5십여 차례에 걸쳐 연락해 수집한 물가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장마당에 빼앗긴 가격 결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동자 급여를 한 번에 10배 올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는 ‘초인플레이션’, 즉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 2023년 10, 11월경에 10배 이상 노임을 인상했지만 그 수입은 한 달에 북한 돈 5만 원 정도입니다. 5만원으로는 백미를 하급품이라도 2kg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북한에서 지방 공장에 다니고 있는 40살 남편과 그 아내, 그리고 13살 중학생 자녀로 구성된 가상의 가족을 사례로 들며, 부부가 한 달 동안 기업소 노임과 가발 생산 등 임가공에 종사해 북한 돈 20만 원 정도를 벌어도 식비 등 지출은 40만 원이 훌쩍 넘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자라는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몰래 장마당 활동을 하거나 심한 경우 매춘 등 불법 행위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 그러면 다른 수입이 있어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돼지를 기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돼지를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걸 장마당에 팔거나, 어떤 경우에는 불법 행위, 여성의 경우 매춘 행위 등도 많다고 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많은 도시 주민들이 현금 감소와 물가 폭등으로 몰락하고 있다”며 특히 이 같은 경제적 피해가 서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평양에 수입 차량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북한 경제가 좋아졌다고 단순히 결론 짓기는 어려우며 북한 내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 어마어마한 수입 차량들이 평양에 들어갑니다. 평양에 이것을 구매할 정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부자는 더욱 더 부자가 되고, 격차는 확대됐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이른바 ‘경제 재설계’를 시도하면서 시장을 억압하고 새로운 국가 통제 체계로 넘어가려 했지만, 그 과정에 생긴 틈을 이용해 새로운 부자, 이른바 ‘돈주’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도 북한 내 심화되는 양극화를 지적하면서, 무기 수출과 파병 등으로 국가 전체 수입은 늘었지만 실제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예전에는 시장에서 뭔가를 사고 팔거나 나름대로 시장 활동으로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시장 활동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좋은 직장도 갈 수가 없고, 원천적인 소득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평균적으로도 북한 주민의 삶은 어려워졌고 아마 북한 주민 가운데 하위 20%의 삶은 훨씬 힘들어졌을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경제 문제의 근원은 결국 북한의 핵보유라며, 이로 인한 대북제재를 견디기 위해 궁리한 끝에 현재의 경제 체계가 시도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 강화를 통해 핵을 계속 보유하고 고도화하겠다는 정책이 결국 무리한 시장 단속과 물가 폭등 등 경제 실패로 이어졌다며, 핵개발에 대한 기회비용이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체제 안보’와 ‘주민 통제’를 위해 강제로 국가 중심 유통·생산 체계를 복구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약탈적인 포식 국가’로 사실상 과거부터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로는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통제하고 압박하면서 국가에서 많은 자원을 수취해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당 핵심 간부들과 결탁한 ‘돈주’들이 북한 내 자원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이를 대가로 엘리트들의 충성을 얻어내면서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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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서 북한 군 1명 신병 확보...귀순 의사 밝혀

이런 가운데 한국 군은 지난 23일 밤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 군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관련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이 지난 23일 밤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이 지난 23일 밤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이 지난 23일 밤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Reuters)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이 북한 군이 남하한 지역은 강원도 철원군 일대로, 군은 MDL을 걸어서 넘어온 귀순 북한 군에 대해 전날 밤 10시쯤 비무장지대(DMZ) 남측 지역에서 유도 작전을 벌여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군인은 남성으로, 계급 등은 알려지지 않았고 관련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귀순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로, 군인 귀순은 두 번째입니다.

앞서 북한 군 1명은 지난해 10월 중부전선 MDL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고, 당시 한국 군은 신병 확보 후 관계기관에 넘긴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