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불법 자금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른바 ‘국제 공급망’에 숨겨져 있으며, 국제사회가 이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이 1일 서울에서 개최한 ‘고위험 공급망 내 투명성과 책무성 강화’ 토론회.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강제 노동과 파병 등을 통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다수 기관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수많은 단계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공급망에 북한 노동력이 투입돼 있는 사실을 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리야 슈마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대러시아 지부 이사의 말입니다.
일리야 슈마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대러시아 지부 이사: 러시아 회사가 원유와 원료를 북한에 판다고 할 때, 그 사이에 몇 명의 중개자가 존재할까요? 저희가 추적한 결과, 단일 무역 거래 하나에 무려 28개의 중개자가 개입돼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내부 노동 시장에 조직적으로 편입돼 있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이를 세관 정보나 위성 사진으로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일리야 슈마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대러시아 지부 이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 주민들을 유학생으로 꾸며 러시아에 입국시킨 뒤 강제 노동 시장에 투입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며, 북한의 막대한 자금도 러시아 대학을 통해 세탁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러시아 회사와 은행 등을 인터뷰한 결과 ‘러시아 회사가 북한 노동력을 원한다면 최소 1백 명 단위로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 기관이 이 공급망에 끼어 있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슈마노프 이사는 “러시아 연료를 북한으로 보내는 복잡한 거래망을 조사하다가 이란 은행이 중간에 개입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천 km나 떨어져 있는 이란 은행이 북한 자금 세탁과 결제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파병 북한 군이 현지 재건 작업을 위한 강제 노동에 계속 투입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지인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방법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쿠르스크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 정보원이나 주민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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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도 같은 자리에서 북한 당국의 불법적인 노동력 수출과 그로부터 얻은 자금에 대한 금융 활동은 북한 내부를 통하지 않으며, 이를 거칠 필요도 없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 북한의 국영 기업들이 러시아로 강제 노동력을 수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들은 이 강제 노동으로부터 급여를 갈취한 뒤 중국 계좌로 암호화해서 보냅니다.
호사냑 부국장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북한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고스란히 유입되고 있다”며 “이 체계는 강제 노동과 사실상의 노예제, 체제 전반에 걸친 억압 행위와 완벽하게 결합돼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 거대한 불법 체계 뒤에 숨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공급망 안에 북한 노동력이 포함돼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극도로 엄격하게 실사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공급망에서 북한 출신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다면 이것은 즉각적인 ‘심각한 위험 신호’(Red flag)입니다.
히난 소장은 북한의 강제노동은 국가에 의해 완전히 제도화돼 있다”면서 유엔인권사무소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상황이 명백한 ‘강제노동’(Forced labor)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상업용 선박 활동을 통한 불법 석탄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북중러 협력 강화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