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정원이 30일, 미북 대화 동향과 관련해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50%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하면서 북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된 우호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북한이 미북 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핵보유국 인정’, ‘적대정책 철회’ 등 대화 요건을 반복해서 각인 중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한이 적대시 정책으로 여기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축소한 데 이어, 9월 29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했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한번 ‘친구’라 부르며, 자신도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도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좋아할 거라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 관리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라며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의 리정호 코리아번영센터 대표는 30일 RFA에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도 실익이 많지 않다”라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을 거라고 관측했습니다.
[리정호] 미국의 대통령하고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런 것을 과시하는 측면에서는 괜찮단 말이에요. 국내에서도 과시하고,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측면에서는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뭐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야 되잖아요.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렇게 봐요.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를 해제시켜 준다고 해도 미국이 해제시켜 줄 건 없단 말이에요.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해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 해제에 합의해도 북한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이미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고, 중국과 러시아가 암묵적으로 핵 보유를 지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핵보유국 인정도 큰 의미가 없다고 리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미 일부 미국 내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 담당관을 지낸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RFA에 북한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시켰고, 중국과 관계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대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은 러시아, 중국 모두와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워싱턴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전격 평양행 가능성 있어”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전격 평양행을 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불량국가 프로젝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관심을 끌려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직접 평양을 방문하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현재 미국으로부터 바라는 것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미북 정상회담의 선택지 중 하나로 평양을 꼽기도 했습니다.
리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서는 평양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리정호] 사실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데, 만약이라는 걸 붙인다면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평양에 갔다가 그다음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참관하는 것이, 두 사람이 세계의 각광을 받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김정은도 그런 걸 좋아한단 말이에요.
리 대표는 김 위원장이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해 집무실을 호화롭게 새단장한 적이 있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지면 그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 데려가 미국의 투자나 관광객 유치를 언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 위원장도 미국의 요구 사항을 들어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해 러시아 또는 중국과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카지아니스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대화를 원하지만, 당연히 성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 많은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약화하는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회담을 원하겠지만, 그 회담을 추진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측정 가능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카지아니스 대표는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 시험과 같은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긴장 수위를 상당히 낮추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북한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면서도 국제적으로 문제를 야기할만한 큰 파장은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정원도 최근 북한이 미북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에서 무기 시험, 훈련 참관 등 자극성 활동을 자제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분을 과시하며 유화적인 태도로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침묵하고 있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면 김 위원장도 결국,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