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북한 ‘노트북 농장’ 일망타진… 14명 기소

미국 법무부가 13일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의 미국 기업 위장 취업을 도운 조직원 14명을 기소하고,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북한 정권이 미국 기업의 원격 IT 일자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합동 조치를 발표하면서, 텍사스주에서 ‘노트북 농장’, 즉 도용한 신분으로 원격 취업한 해외 노동자가 현지 노트북을 경유해 위장 근무하는 40여 곳을 수색하고 관련 장비 187대를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인 2명 체포, 장비 187대 압수

또 미국 오하이오 북부지검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마이클 제임스 보스텔과 텍사스주에 사는 후안 세실리오 페냐 카리요 등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에게는 전신사기, 돈세탁, 신원도용 혐의가 적용됐다.

또 중국에 있는 선성밍 등 10명도 함께 기소됐고, 나머지 2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인 행세를 하며 원격 일자리를 얻도록 도왔다.

피해 기업은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17개 주와 워싱턴 DC에 걸쳐 70곳이 넘었으며, 업종도 의료, 통신, 소매, 제조업 등으로 다양했다.

2026년 8월 6일, 서울역 전광판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뉴스 영상이 방송되고 있다.
2026년 8월 6일, 서울역 전광판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뉴스 영상이 방송되고 있다. 2026년 8월 6일, 서울역 전광판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뉴스 영상이 방송되고 있다. (GREG BAKER/AFP)

이렇게 벌어들인 약 300만 달러는 북한이 통제하는 제재 대상 기관에 송금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텍사스 북부지검과 연방수사국(FBI)은 ‘론스타 라운드업 작전(Operation Lonestar Roundup)’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 작전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노트북 농장으로 쓰였거나 그렇게 의심되는 텍사스 내 주택 40여 곳을 수색했고, 노트북과 키보드·영상·마우스(KVM) 장치 등 약 187대를 압수했다.

존 아이젠버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IT 노동자 사업으로 번 돈을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할 수 있는 무기 개발 등에 쓰고 있다”며 “북한을 돕는 사람은 누구든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언 레이볼드 텍사스 북부지검 검사장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다”라며 “노트북 농장 하나를 해체할 때마다 북한의 무기 개발 자금원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은 도용하거나 위조한 신분증과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미국 안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미국 내 조력자들은 피해 기업이 보낸 노트북을 집에 두고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했으며, 급여는 북한이 통제하는 계좌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노트북 농장
크리스티나 채프먼이 자택에 보관한 미국 기업 노트북들. 노트북마다 해당 기업과 도용 신원을 적은 메모가 붙어 있다. (미 법무부)

“노트북 도난당했어요“… 진화하는 수법

이번 작전에 협력한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조직을 ‘페이머스 천리마(Famous Chollima)’로 부르며, 이날 블로그를 통해 구체적인 수법도 공개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들은 회사에서 받은 노트북을 도난당했다며 허위로 경찰에 신고하고, 대체 장비를 노트북 농장 주소로 받거나, 갑자기 이사했다며 배송지를 바꾸는 방식을 썼다.

또 2026년 5월부터는 영상 캡처 장치를 웹캠처럼 보이게 하는 등의 위장 수법으로 기업의 탐지를 피하고 있다고 이 업체는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 한 명은 한 해 최대 30만 달러를 벌 수 있으며, 이렇게 모인 수억 달러는 북한 국방성 등 무기 개발 기관으로 흘러간다.

또 법무부는 북한 공작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구글 계정 11개도 공개하고, 기업들에 채용 과정에서 이 계정들을 걸러내라고 권고했다.

한편, 노트북 농장 운영으로 처벌된 대표적 사례로는 애리조나주 출신 여성인 크리스티나 채프먼 사건이 꼽힌다.

채프먼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자택에서 노트북 90여 대를 운영하며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 300여 곳에 위장 취업하도록 도왔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인 68명의 신원이 도용됐고, 북한 측에는 1천7백만 달러 이상이 송금됐으며, 이 혐의로 채프먼은 2025년 7월,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DTEX에서 북한 문제를 조사하는 마이클 반하트 조사관은 채프먼이 포섭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반하트 조사관: 채프먼은 구직 플랫폼을 통해 접근을 받았어요. 북한 IT 노동자들은 정체를 숨긴 채 동남아시아 소재 회사라고 소개하면서 ‘미국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죠. 전화도 대신 받아주고, 은행 계좌도 개설해서 송금을 처리해 주고, 노트북도 보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접근한 겁니다. ‘물건을 보내드릴 테니 우리 조력자가 되어달라’고요.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날 새 공익 경보를 발표하고 북한 IT 노동자들이 민간 기업의 적발과 수사를 피하려고 미국인 조력자 모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 국무부는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 차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최대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걸고 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