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드러낸 후계 구도…김주애 ‘패션정치’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1돌 경축공연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그리고 딸 김주애. 김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검은색 정장을 입은 반면 김주애는 단독으로 새하얀 치마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옷은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드러낸다. 공식 석상에 등장한 인물이 착용한 옷의 색상과 소재, 실루엣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권력과 위계질서, 대외적으로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패션 역시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옷차림은 그 자체로 후계구도를 입증하지는 않지만, 북한 지도부가 김주애를 북한 주민들과 외부에 어떤 인물로 보여주려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각적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김주애는 2022년 말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다양한 색상과 소재의 의상을 착용했지만, 상하의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한 정장 차림이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6월 라진 조선소 진수기념식, 같은 달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 지난 9월 동해 원산항에서 열린 강건호 취역 기념식, 그리고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1주년 기념행사에서도 흰색 정장을 착용했다.

2026년 9월,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김주애 2026년 9월,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FP / KCNA)

흰색에 담긴 숨겨진 심리

한국의 정치인과 유명인의 패션을 분석하고 조언해온 민율미 한국 패션심리연구원 대표원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관련 질의에 “흰색은 관리가 어렵고 작은 얼룩도 드러나는 색이기 때문에, 이 색을 위아래로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노동과 거리가 먼 지위’, 즉 특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또한 흰색의 의미는 순수함, 깨끗함을 상징한다며 “김주애는 순수함, 새로움, 다가올 권력의 ‘빛’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율미 원장: 노동계층 쪽에서는 흰색을 거의 입지를 않습니다. 때가 잘 타기 때문에요. 근데 본인은 노동계층하고 분리를 하는 거죠. 로열 패밀리로서의 입지를 조금 더 강조를 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요. 흰색 특유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청순, 깨끗, 청렴, 순수 이런 이미지들을 가질 수가 있잖아요. 본인의 고귀함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흰색은 정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북한은 인공기의 색깔인 붉은색, 파란색, 흰색을 상징색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붉은색은 인민의 끓는 피, 푸른색은 평화애호를, 흰색은 햇빛처럼 광명과 희망을 상징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는 13일 RFA에 흰색은 ‘백두혈통의 순수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강동완 교수: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러면 이제 왜 흰색인가인데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그 백두혈통의 순수성과 어떤 정통성을 상징하는 색깔로 흰색이 주로 이제 상징이 되는 거죠.

민율미 원장은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는 패션 정치는 예전부터 많이 활용돼 왔다며 ‘시그니처 이미지’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시그니처 이미지’란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한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강화해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뜻한다.

민 원장은 그러면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과거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기억하게 하기 위해 항상 빨간(홍) 넥타이를 착용한 것과,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대표가 검은색 뿔테와 빨간 립스틱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만든 것을 예로 들었다.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가 북한 노동당 창건 81돌 경축공연 무대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가 북한 노동당 창건 81돌 경축공연 무대를 관람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가 북한 노동당 창건 81돌 경축공연 무대를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관련기사

김주애 연일 군사 행보...“후계자 서사 구축 중”

“김주애 27살 되면 조직비서 될거야”


시각적 위계 설계

특히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1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검은색 옷차림을 한 반면, 김주애 혼자 흰색 치마 정장 차림을 해 강하게 대비됐다.

강동완 교수는 “혼자 흰색 옷을 입음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면서도 시선이 중앙으로 이렇게 쏠리는 시각적 대비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도용 사진 촬영 때 과연 누가 핵심 인물인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다만 “이것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부각하는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율미 원장도 “최고지도자가 두드러지지 않고 자신의 딸을 조명한다는 것은 ‘이 사진의 주인공은 이 아이’라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실제로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중앙에 김주애를 앉히는 등 구도에서도 같은 원리를 활용해 왔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은주 연구원은 지난 9월 발간한 <동경과 차별의 연출: 김주애 패션과 북한의 세대 관리 딜레마> 보고서에서 김주애의 패션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 대한 동경을 자극하는 동시에, 일반 청년들이 마주한 규제와 지도자 일가에 허용되는 특권적 생활양식 사이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박은주 연구원은 이런 면에서 김주애의 이미지는 ‘동경’과 ‘차별’이 중첩되는 이중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