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주비행장’ 등 공군기지 현대화 속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 위치한 의주비행장에서 활주로 포장과 확장 공사, 항공기 격납고 시설에 관한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지난 10월 1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의주비행장의 활주로에는 포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위한 모래와 골재 더미가 잔뜩 쌓여 있는 것도 포착됐다. 또 활주로 북쪽에는 항공기를 엄폐하는 격납 시설을 위한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약 2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의주비행장은 지난 코로나 기간 북중 국경이 봉쇄됐을 때 중국에서 유입된 화물과 인력들의 방역 또는 검역 시설로 활용돼 공군기지로서의 기능이 중단됐다. 그러다 2024년에 검역 시설이 철거됐고, 2025년부터 전술 폭격기가 재배치됐다.

그리고 올해 4월 말부터 본격적인 현대화 작업이 시작됐는데, 활주로 남쪽으로 약 260m 길이의 확장∙포장 공사가 진행됐고, 새 계류장도 만들어졌다.

북한 의주비행장에서 약 20개의 항공기 엄폐 시설에 관한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활주로는 포장 공사를 위한 모래 또는 골재 더미가 쌓여 있다.
North Korean Airforce Development-2 북한 의주비행장에서 약 20개의 항공기 엄폐 시설에 관한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활주로는 포장 공사를 위한 모래 또는 골재 더미가 쌓여 있다. (RFA/Planet Labs)

활주로에서 동쪽으로 뻗은 유도로를 따라가 보면 지하 시설 앞에 32대의 IL-28, H-5 항공기가 주기돼 있는데, 이들은 북한 공군이 운용하는 대표적인 노후 항공기로 꼽힌다. 또 지하 시설 입구와 조종사 숙소, 행정 본부와 정비 시설 구역에도 5대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의주비행장에 최소 20개의 항공기 격납고를 짓는 중이라며, 이곳에 25~30대로 구성된 한 개 연대에 가까운 규모의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셉 버뮤데즈] 활주로 재포장과 보강 작업을 위해 쌓아둔 흙과 자갈 더미가 보이고, 정비 시설과 본부 건물, 조종사 숙소, 중화기 및 탄약 저장 구역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강화형 항공기 격납고를 철거한 뒤 탄약 저장시설을 새로 지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MiG-21과 같은 오래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와 장비 등은 폐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천비행장, 북창비행장도 이미 현대화

의주비행장 외에 평양을 방어하는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북창비행장도 2024년 활주로 확장 공사와 새로운 유도로 건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평양 중심부에서 약 50km 떨어진 순천비행장은 2023년까지 약 2.8km 길이의 활주로 확장 공사와 함께 대형 항공기 수용 능력을 확충한 바 있다. 버뮤데즈 선임연구원도 순천비행장이 전면적인 현대화 작업을 통해 국제 기준에 맞춘 활주로 재포장과 조명 설치, 개별 항공기 격납고와 방폭벽 설치 등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 씨에 따르면 두 비행장에는 활주로 양쪽 끝에 항공기 비상제동 시스템(EMAS)을 설치했다. 이는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가 이를 지나갈 경우 자체 무게로 속도를 줄여 기체 손상 없이 멈추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북한 공군기지에는 2015년부터 이 시스템을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보글 씨는 설명했다.

2024년 활주로 확장 공사와 기지 현대화 작업을 마친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북창비행장.
North Korean Airforce Development-4 2024년 활주로 확장 공사와 기지 현대화 작업을 마친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북창비행장. (RFA/Planet Labs)
2023년 현대화 작업을 마친 북한 순천비행장. 항공기 비상제동 시스템(EMAS)을 갖추고, 새로 지은 항공기 격납고의 모습도 확인된다.
North Korean Airforce Development-5 2023년 현대화 작업을 마친 북한 순천비행장. 항공기 비상제동 시스템(EMAS)을 갖추고, 새로 지은 항공기 격납고의 모습도 확인된다. (RFA/Planet Labs)

또 두 공군기지 모두 활주로와 유도로가 잘 포장돼 있고, 격납고와 방호형 격납 시설, 지하 시설 등이 구축됐는데, 이는 활주로와 유도로 확장을 통해 전투기를 신속하게 집결하고,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이착륙할 수 있도록 공군력을 보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셉 버뮤데즈] 우선 조종사들의 안전이 개선됩니다. 북한의 많은 공항과 공군기지는 야간에나 악천후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특수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공군기지의 현대화는 조종사들의 안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력 증강 효과는 제한적”이란 지적도

전문가들은 북한 전역에서 진행 중인 공군기지 확장 및 개선 공사가 공군 전반의 전력과 기반 시설, 장비 등을 현대화하려는 김정은 정권의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글 씨는 20일 RFA에 북한이 의주비행장을 비롯한 여러 공군기지의 현대화 작업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공군 전투력의 증강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이 여전히 냉전 시대의 항공기와 레이더 체계에 의존하고 있고, 항공기를 야외에 밀집해 주기하는 관행도 유지하고 있어, 유사시 공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군기지의 현대화가 시설의 활용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공세나 방어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글 씨는 내다봤다.

의주비행장 동쪽 유도로를 따라가면 지하 시설 입구와 함께 32대의 IL-28, H-5 항공기가 주기해 있는 것이 확인된다. 정비 구역에도 5대의 항공기가 주기해 있다.
North Korean Airforce Development-3 의주비행장 동쪽 유도로를 따라가면 지하 시설 입구와 함께 32대의 IL-28, H-5 항공기가 주기해 있는 것이 확인된다. 정비 구역에도 5대의 항공기가 주기해 있다. (RFA/Planet Labs)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보유한 IL-28 전투기가 세계적인 기준에서 볼 때 현대적 전투기는 아니지만, 정찰 활동과 정보 수집에 활용하거나 순항미사일 운용을 위한 과도기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장기적으로 현대적인 항공기 확보를 원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증거는 없지만 만약 러시아가 더는 최전선에 배치하지 않는 기종을 지원하더라도 북한 공군의 전투력은 상당히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미국 랜드연구소 출신의 브루스 베넷 선임 국가안보 분석가도 20일 RFA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수년간 방사포 전력 강화와 잠수함, 신형 구축함 건조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기 때문에 공군에도 일정 수준의 자원을 배분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군부 내에서 특정 조직을 소외시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군과 핵심 권력층에도 혜택을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군기지 현대화를 위한 자금은 러시아가 제공했을 수 있다고 베넷 분석가는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