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군 면제자들도 해외 파견 노동자로 사실상 강제 모집

최근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할 노동자가 부족해지자 군 면제 대상자들까지 사실상 ‘군 의무복무제’로 동원해 인력 모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거 교체돼 북한으로 돌아온 노동자들이 중국에서의 과도한 노동력 착취, 비위생적인 노동환경, 수감 시설을 방불케 하는 열악한 숙식 환경 등을 주변에 알리면서 해외파견 인력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은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 주민소식통 ㄱ씨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키가 작아 군 입대에서 제외됐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군 면제를 받은 일부 청년들까지 군복무에 포함했다”며 “북한 당국이 이들을 최근 해외에 파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평안북도의 주민소식통 ㄴ씨도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요즘 여기(북한)서 해외에 파견할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군초모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해외파견 지원자가 줄고 노동력을 파견할 수 없게 된 당국이 군 입대가 면제된 청년층을 대상으로 강제 모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3년 징병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초모제’를 시행했다. ‘초모’란 군대에 지망하는 사람을 뽑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형식적으로는 지원병제이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의무복무제였다.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군 면제자를 대상으로 지원병제 형식의 초모제를 부활해 해외 파견 인력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에서는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한 사람, 전염성 병력이 있는 사람, 가정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다. 통일부가 펴낸 ‘북한 이해 2026’에 따르면 신체검사 합격 기준은 신장 150cm, 체중 48kg 이상이었다. 그러다가 식량난으로 청소년들의 체격이 왜소해지자 1994년 8월부터 신장 148cm, 체중 43kg 이상으로 기준을 조정했다.

두 소식통은 20대 초중반의 청년을 대상으로 중증 질환이 있는 사람만 제외하고 나머지 군 면제 대상자들은 초모제 형식으로 해외파견 노동자로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집한 대상의 복무 기간, 즉 해외 파견 기간은 남성은 5년, 여성은 3년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남성은 10년, 여성은 7년을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해야 하는데, 복무기간을 이보다 줄여 해외에 노동자로 파견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군 면제대상자까지 해외 파견에 동원하는 것은 최근 대부분의 주민이 해외 파견을 꺼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ㄴ씨는 “당국이 해외 인력파견을 군복무의무제로 변경한 데에는 파견 인력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힌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면서 “실제로 인력 자원이 부족한 데다 북한 내부에 해외파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당국이 강제적인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에는 해외에 파견되는 것을 ‘출세’나 횡재로 여겼다고 한다. 외국에 한 번 파견됐다가 돌아오면 고가의 외국산 물품과 식품, 외화 등 국내 주민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넉넉한 생활을 누릴 수 있어 뇌물을 바쳐서라도 파견 대상에 선발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파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소속 공장에서 선불금을 주면서 해외 파견을 권유해도 이를 거부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파견 기간 내내 돈도 벌지 못하고 가정도 돌보지 못할 바엔 해외에 나갈 의미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입장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반면 북한당국은 해외파견에 대한 거부 현상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인력 모집이 어려워지자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뜨겁게 간직한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해외 파견을 부추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소식통 ㄴ씨는 “해외에 나가려고 간부들을 찾아다니며 뇌물을 바치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송환된 노동자들의 고되고 억압된 생활이 알려지면서 해외파견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굳어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청년층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10여년 간 머물며 청춘을 허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ㄱ씨는 지적했다

2019년 여권 기간이 만료돼 송환을 앞두고 있던 북한 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여권을 갱신하고 10여년이나 갇혀 강도높은 노동에 내몰렸다. 이후 코로나가 종식되고 북한으로 송환된 노동자 중에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ㄱ씨는 밝혔다.

2017년 9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해산물 가공 공장 ‘훈춘 파고다’ 노동자 기숙사의 한 방 안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다.
2017년 9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해산물 가공 공장 ‘훈춘 파고다’ 노동자 기숙사의 한 방 안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다. 2017년 9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 위치한 해산물 가공 공장 ‘훈춘 파고다’ 노동자 기숙사의 한 방 안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다. (AP)

장시간 노동, 숙식환경도 열악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18세)에서 20대 중후반의 청년들로 이들은 주로 피복의류제조회사, 식품가공회사, 전자제품가공회사 등 중국 제조업체에 고용돼 하루 15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한 명의 임금은 북한회사와 중국회사와의 계약 문서에 중국 돈으로 2500~3000위안으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 노동자 월급은 100위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중국 육고기 가공업체나 수산물 가공업체는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난방이나 냉방, 환기 시설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기숙사에서 공동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외출도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군 의무복부제 형식으로 해외에 파견되는 데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중국과 러시아 중 어디로 파견할 지 알 수 없고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만큼 파견을 회피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강동완 한국 동아대 교수 27일 RFA(자유아시아방송)에 “우크라이나 전쟁 재건 사업이나 러시아 극동지역 건설 공사가 확대됨에 따라 인력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해외 파견 시 열악한 노동환경과 체불임금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이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쌓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결국 러시아 파병 영웅처럼 당과 조국을 위한 충성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여 의무 모집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