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형 불고기식당 문 열었지만… 벌써 고기 확보 ‘비상’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에 최근 수백석 규모의 대형 불고기전문식당이 건설돼 영업을 시작했지만 고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식당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고기 생산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각 도시에 건설된 불고기전문식당이 바비큐와 삼겹살, 불고기, 그리고 냉면까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함경남도 주민소식통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노동당 창건일인) ‘10.10 명절’ 봉사 후 다른 식당들은 이틀만 쉬고 다시 문을 열었으나 함흥시의 불고기전문식당은 나흘간이나 문을 열지 못했다”며 “고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함경북도 주민소식통도 28일 “청진불고기전문식당이 지난 9월 말 첫 봉사(개업)를 시작했지만 고기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10.10 명절’ 봉사에 필요한 고기를 확보하느라 이틀이나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식당 운영을 위해 지방 당국이 전전긍긍하는 상황도 전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건설된 불고기전문식당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관련 간부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료 식사권 준다며 돼지 뜨물 강요

이런 상황에서 함경남도 당국은 주민들에게 돼지 뜨물(돼지 먹이로 쓸 쌀뜨물과 음식 찌꺼기)을 바치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주민소식통은 “당국의 지시로 함흥 시내 모든 가정이 매주 2회 돼지 뜨물을 모아 바쳐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질 좋은 뜨물을 많이 바친 세대를 골라 6개월에 한 번씩 불고기전문식당 식사권을 준다며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당국도 청진 불고기전문식당 개업 후 관내 축산농장과 일반 농장은 물론 가내 부업반들에도 고기 생산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주민소식통은 “도 당국이 불고기전문식당 고기 보장을 위해 축산농장과 각 농장 축산작업반, 가내 부업반에 돼지, 오리 등 육류 생산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새끼 돼지 수를 시급히 늘리고 염소 등 풀먹는 가축과 오리, 닭 같은 가금류를 통한 고기 생산도 확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생산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농장 간부들은 고기를 확보하라는 지시가 잇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고 주민들은 인민반에까지 돼지고기 과제가 하달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주민들은 당국이 돼지를 바치라 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시장에서 고기 장사 하는 사람은 고기 매대가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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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도 산기슭에서 염소 떼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
북한 강원도 산기슭에서 염소 떼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 북한 강원도 산기슭에서 염소 떼가 풀을 뜯고 있다. (AP)

북한은 축산 토대가 아주 약하다. 각 지방에 전문 축산농장이 있고 축산작업반도 많지만 사료와 방역,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육류 생산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때문에 북한은 오랫동안 염소, 양, 토끼 같은 ‘풀 먹는 집짐승’ 사육을 장려해왔다.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 2 월 삼광축산농장 준공식에 참가해 축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을 주문했다. 삼광축산농장을 본보기로 각 도에 새로운 축산농장이 건설 중이지만 완공되더라도 충분한 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2017년 강원도 세포지구에 5만 여 정보에 달하는 대규모 축산기지를 건설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김 국무위원장도 삼광축산농장 준공식 연설에서 세포지구에 축산기지를 조성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고기전문식당 정상 운영 여부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백 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규모 불고기전문식당에 하루 최소 400~500kg의 고기가 필요한데, 이처럼 많은 양의 고기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식당들이 매일 문을 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2025년 4월 평양시 화성구역 새 주택 지구에 화성낙원불고기식당이 생겨난 이후 북한 당국은 각 도 소재지에 불고기전문식당을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중앙 당국이 각 도에 식당 설계 도안 여러 개를 내려 보내면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 건설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준공식 날짜도 중앙에서 지정했는데, 북한 4대 명절 중 하나인 노동당 창립일(10월10일)에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을 전후로 평양 등 11개 주요 도시에 수백 석 규모의 불고기전문식당이 잇달아 준공됐다.

“무역 활성화 통해 출구 찾으려 할 것”

정은미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원료 공급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일단 단기간 전국에 대형 식당을 획일적으로 건설해 전시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패턴이 지방발전20x10정책와 마찬가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의 고질적인 현상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정은미 실장은 “당장은 각 도, 시, 군의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식당의 정상 운영을 강요하겠지만 육류 수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김정은 위원장의 단둥 방문과 중국과의 회담 이후 무역 활성화를 통해 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