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진∙남포서 새 구축함 선체 조립 속도

북한이 올해 5천 톤급 구축함인 최현호와 강건호를 취역한 가운데,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축함의 선체 조립도 속도를 내는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됐다.

최현호는 지난 6월 23일 남포항에서, 강건호는 지난 9월 6일 동해 원산항에서 각각 취역식을 하고 실전 배치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새로운 5개년 계획에 따라 매년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수상 전투함 두 척씩 건조할 것을 지시했으며, 세 번째 최현급 구축함을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지난 10월 22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최현호를 건조했던 북한 평안남도 남포조선소에서 세 번째 구축함의 선체로 추정되는 부품이 포착됐다. 건조 건물 위로 갠트리 크레인이 보이고, 그 옆으로 붉은색의 선체 부품이 놓여 있다. 또 그 옆에는 흰색의 임시 가림막이 보이고, 여러 대의 크레인이 분주하게 작업 중인 모습도 확인됐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 씨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 번째 구축함의 선체는 건물 내부로 옮겨져 위성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 옆에서 추가 선체 부품들이 제작되고 있고, 이 작업은 최근 몇 주 사이에 설치된 이동식 가림막 아래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FA가 위성사진을 추적해 본 결과 남포조선소에서는 지난 7월 말부터 임시 가림막이 설치되고, 본격적인 선체 부품 제작과 조립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지난 10월 22일에 촬영한 남포조선소. 최현호를 건조했던 이곳에서 세 번째 5천 톤급 이상 구축함을 건조 중이다. 이동식 가림막에서 선체 부품을 제작하고, 건물 안에서 조립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애초 완공 목표였던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은 지키지 못했다.
North-Korean-shipyard-destroyer-2 미국의 상업위성이 지난 10월 22일에 촬영한 남포조선소. 최현호를 건조했던 이곳에서 세 번째 5천 톤급 이상 구축함을 건조 중이다. 이동식 가림막에서 선체 부품을 제작하고, 건물 안에서 조립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애초 완공 목표였던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은 지키지 못했다. (RFA/Planet Labs)

또 보글 씨는 네 번째 구축함이 청진조선소에서 건조 중임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도 지난 6월부터 다량의 선체 부품이 확인됐다.

지난 27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건조 건물 앞에 붉은색의 선체 부품이 놓여 있는데, 위성사진 분석가인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4호 구축함 건조를 위한 선체 제작 중이거나 관련 자재로 보인다”면서 “남포에서 3호 구축함이 건조 중인 것을 비추어볼 때, 청진조선소가 4호 구축함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RFA에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 Pro’도 최근 남포조선소와 청진조선소에서 신형 구축함의 선체 부품으로 추정되는 구조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관측된 부품의 폭이 약 16~21m로, 최현호∙강건호의 폭인 16m보다 크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큰 군함을 건조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번째 구축함이 완공 목표였던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이미 넘긴 가운데 각각 남포와 청진에서 구축함 건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언제 완공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10월 27일에 촬영한 함경북도 청진조선소. 이곳에서 네 번째 5천 톤급 이상 구축함을 건조 중이다. 최소 지난 6월 말부터 선체 부품의 모습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North-Korean-shipyard-destroyer-3 미국의 상업위성이 10월 27일에 촬영한 함경북도 청진조선소. 이곳에서 네 번째 5천 톤급 이상 구축함을 건조 중이다. 최소 지난 6월 말부터 선체 부품의 모습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RFA/Planet Labs)

조셉 버뮤데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최근 RFA에 북한의 역량으로 매년 5천 톤급 구축함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셉 버뮤데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매년 5천 톤급 구축함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생산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숙련된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상당량의 장비도 갖춰야 합니다. 또 무기체계와 전자장비도 필요합니다. 필요한 자재와 부품을 짧은 시간 안에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가 될 겁니다. 북한이 가진 역량으로 간신히 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지만 결국, 무기체계나 전자장비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어떤 기술과 장비를 제공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겁니다.

또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구축함을 건조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목표로 하는 규모의 함대를 운용하려면 숙련된 해군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조셉 버뮤데즈] 현대적인 해군 전력을 구축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함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또 현대전에서는 개별 함정의 능력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함정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통합된 정보와 능력은 단순히 개별 함정의 수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전투력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로 위성사진에서 최현호는 지난 6월 말부터 남포항에 계속 정박해 있는 것이 확인돼, 과연 실전 배치 이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NK Pro’는 강건호도 마양도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며, 이 군함 역시 정기적인 작전 수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6년 9월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함’ 취역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축함을 배웅하고 있다.
강건호 취역식 2026년 9월 6일, 강원도 원산항에서 열린 구축함 ‘강건함’ 취역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축함을 배웅하고 있다. (AFP)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5천 톤급 이상 구축함을 건조하고 실전 배치하는 역량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신형 구축함이 가져올 잠재적 위협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북한이 계획대로 추가 구축함을 건조해 동해와 서해에 배치하고 대규모 동시 미사일 발사나 기습 공격을 단행할 경우 이는 상당한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