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28일 일본 효고현 고베의 고베포트피아호텔에서 ‘진화하는 한일 관계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2026 한일 특별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당일치기’ 단둥 방문 배경과 의미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장 큰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단둥 방문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시점으로 꼽히는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토론을 벌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윤영관 전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가까운 시일 안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영관 전 장관은 첫 번째 이유로 현재 북미 간 외교·정보 채널 등을 통한 실무 접촉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윤 전 장관은 두 번째 이유로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해 경제적으로도 한숨을 돌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두가지 이유를 근거로 “북한이 서둘러 북미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필자는 북미 회담이 언제든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는“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는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기능이 크게 제한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원한다면 실무 협의 없이도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김주애로 알려진 장녀에게 안정적으로 권력을 승계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도 북미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 특별히 주목할 필요
김형진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무 협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와 의전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 과정에서 중국 측 수행단 가운데 왕이 외교부장을 특별히 주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4월에도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왕이 부장의 방북 목적이 트럼프의 5월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을 북한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왕이 부장이 중국쪽 수행단에 포함된 것은 다음달 APEC 정상회의가 무사히 개최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특히 북한은 현재 미국에 ‘핵 보유 인정과 그에 따른 제재 해제’, 그리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요구가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필자는 “제재 해제나 제재의 대폭 완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미국에 직접 요구하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제재 해제와 관련한 협조를 굳이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위해 현재의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이나 북미 불가침조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진 전 차장은 토론회와 별도의 자리에서 “북한은 과거 평화협정에 관심을 보인 적은 없지만, 불가침조약이라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불가침조약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두고 김 위원장이 왕이 부장에게 북한 측 의향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포지엄 참석자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이 경제를 중시한 행보라는 견해는 특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 한국 등의 언론은 신압록강대교가 지난 10월 15일에 개통한 점과 김 위원장이 단둥의 버스 제조공장을 시찰한 점을 들어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이 경제에 있다는 견해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북한 대표단에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박태성 내각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단둥 방문은 통상적인 북중 외교 방식과는 다른 형식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8년 3월 이후 여섯 번째지만, 이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등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두 가지 이유로 단둥에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선, 김 위원장이 찾은 신압록강대교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도해 건설한 다리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처형한 고모부가 추진한 사업의 성과를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두번째로 김 위원장은 단둥에서 ‘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했다. 리정호 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북한군의 힘 덕분”이라고 선전하면서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은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아 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굳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북한을 여섯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야마모토 에이지 전 주브루나이 일본대사는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마모토 전 대사는 “일본 외무성의 입장과는 다른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생존자 전원의 즉각적·일괄 귀국’만을 유일한 해결 조건으로 삼지 말고 유연하게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야마모토씨와 같은 견해를 가진 정치인과 일본 정부 당국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혁 주일 한국대사는 이날 심포지엄 축사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고 한반도 주변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한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