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6,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6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10대 뉴스'의 다섯 번째 시간으로 '집권 5년 김정은의 공포통치' 편을 한영진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한기자, 안녕하세요.
한영진: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한영진: 네, 먼저 간단히 정리한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물 청취)
앵커: 올해도 북한에서는 큼직한 숙청 사건이 있었네요?
한영진: 2016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 된지 5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정은은 공포정치를 이어갔는데요. 방금 소개해드린 것처럼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7월 경에 처형되었다고 한국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정준희 남한 통일부 대변인 : 정부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확인된 사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부총리 김용진이 처형을 당했고…
한국정부는 김용진 부총리가 처형된 이유에 대해 “김용진은 6월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단상 밑에 앉아있었는데 자세가 불량하다고 지적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고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김정은이 연설하는 동안 김 부총리가 안경을 닦는 등 자세가 불량했다는 겁니다.
이후 김 부총리는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반당 반혁명분자, 그리고 현대판 종파 분자로 낙인찍혀 7월 중에 총살 집행됐다고 합니다.
앵커: 처형 이유가 좀 애매합니다. 미국이나 한국 등 외부사회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황당한 처벌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영진: 미국 등 자유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시민들이 다리를 꼬고 앉거나, 안경을 닦아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수령이 연설할 때는 “모기가 물어도 절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지난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처형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도 처형된 이유 중 하나로 회의장에서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는 불경죄가 포함됐습니다.
올해 8월 남한으로 귀순한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도 현영철이 처형된 것도 집에 가서 얘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공안기관인 보위부를 동원해 노동당 간부와 군 장성들의 집 전화도 도청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고위층들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엿듣는지 모르니까요. 그 외 다른 내용이 더 있습니까,
한영진: 올해에는 숙청을 면하고, 구사일생으로 복귀된 간부들도 여러명 있습니다. 실례로 노동당 통전부장 김영철은 고압적 태도를 보이며 무리하게 대남부서를 확장하고, 권력을 남용하다 걸려 한달간 혁명화 갔었습니다. 그리고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휘도 혁명화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어떤 사람은 불경죄로 처형되고, 어떤 사람은 복귀한 셈이군요?
정영: 숙청설이 돌았다가 기적적으로 복귀한 사람 중에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말 사망한 빨치산 1세 리을설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170명 명단에서 누락되면서 실각설이 제기됐었습니다. 최룡해는 지난해 말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통전부장 장의위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최룡해가 백두산청년 발전소 공사를 맡아 수행했는데, 댐 공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처벌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당시 한국 언론도 최룡해에 대해 비중있게 보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한영진: 네, 그 후 최룡해는 두달만에 평양에서 진행된 청년동맹 70주년 행사장에 나타났고, 7차 당대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당 부위원장에 오르면서 김정은의 신임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앵커: 최룡해도 여러 번 숙청을 당했지만, 결국 다시 살아남는 ‘오뚝이’ 인생을 살고 있군요. 혹시 한국 언론이 최룡해에 대해 너무 보도해서 살아난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어떻습니까?
한영진: 북한이 고위층을 숙청하고 외부 언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죽었다고 보도된 사람을 다시 등장시켜 한국 정부를 곤경에 빠드리는 기만술도 연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처형됐다고 언론에 보도됐던 리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 입니다. 그는 올해 2월 중순에 처형됐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언론은 리영길이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전격 처형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 리영길은 7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오르면서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PROMO CLIP)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6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그러면 김정은이 어떤 측근은 처형하고, 어떤 사람은 살려둡니까,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한영진: 김정은은 20대의 나이에 북한 최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주변 간부들이 자신을 깔보지 않는지 항상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간부들을 처형하곤 하는 데요.
하지만, 김정은도 나름 측근 관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지를 지켜 최룡해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실수가 있어도 봐주는 편입니다.
리수용은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시절 보필해준 사람입니다. 이런 연고로 그가 유엔무대에서 외교적 실수를 했을 때도 감싸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계체제를 옹립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계속 중용하고 있고, 그 외 자신이 김일성 군사대학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 개별교사였던 김영철을 노동당 통전부장으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농구 과외 교사로 알려진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2014년 5월 평양시 평천구역 23층 아파트가 붕괴됐을 때 부실책임을 지고 숙청될 뻔 했지만, 아직 건재해있습니다.
앵커: 결국 김정은에게 줄을 섰던 간부들은 오래가는데, 그렇지 못한 간부들이 숙청되는 군요. 김정은 집권 5년째 숙청된 간부가 얼마나 됩니까,
한영진: 한국 정부가 파악한 데 따르면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처형된 간부는 약 130명 정도 되었습니다.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40여명, 2015년에는 60여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도 60명이 처형되었는데요. 이들뿐 아니라 함께 처형된 가족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대학 교수, 연구사들까지 합하면 수백명은 넘을 것이라고 한 고위 탈북 인사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올해 김정은 공포정치의 추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한영진: 북한에서 올해 고위층 숙청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 한해동안 60명 넘는 북한 주민들이 공개 처형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통치방식이 점차 일반 주민들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말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꼭대기에서부터, 상층부에서부터 하층부로 확산해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그러면 김정은의 공포 정치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까,
한영진: 북한에서 공개처형이나 숙청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면 이러한 무시무시한 공포통치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일단 김정은 주변에 친위세력이 다 채워질 때까지 숙청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말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 원로들은 나이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나이가 젊은 김정은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 사람들을 대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갑자기 나라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 주위엔 원로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젊은 간부들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얼마 동안 인민군이나 보위부, 당중앙까지 대상으로 하는 공포정치를 함으로써 늙은 간부들이 음모를 할 생각마저 없도록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고위간부들은 앞에서는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불만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앞날은 물론, 자녀들의 장래 문제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이철우 위원장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철우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 : 북한에서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고위층일수록 감시가 심해져 자택내 도청이 일상화 됩니다. 김정은이 나이가 어려서 수십년 통치가 계속될 경우, 자신의 자식 손자대까지 노예신세를 면치 못하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들도 많다.
고위 탈북인사들에 따르면 공포정치 때문에 현재 김정은 주변에는 국가건설과 경제재건에 도움이 되는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현재 김정은의 국가전략도 공백상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씨 일가와 고위층 간부들 사이에는 ‘운명공동체’라는 연대 의식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한번 눈밖에 나면 반당 반혁명 종파로, 간첩으로 처형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두려워 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한 공포정치가 결국 고위층 탈북자들의 탈북으로 이어지고 있고, 김정은 주변에 조언하는 충신이 사라지면서 결국 국가 전략적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군요.
한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5년 10대 뉴스 1편 ‘집권 5년 김정은의 공포통치’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개성공단 교류 중단’편을 보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