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직업 전문학교 탐방


2006.03.08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시장경제와 경쟁사회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탈북자들에게 직업 기술을 가르치며 남한 정착 생활을 돕고 있는 탈북자 직업 전문학교를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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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선경 직업 전문학교와 김성집 원장 - RFA PHOTO/이수경

탈북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선경 직업 전문학교. 이곳에서는 탈북자들에게 맞는 직업 훈련을 개발하고, 교육 시켜서 취업까지 알선해 주고 있습니다.

선경 직업 전문학교는 원래 남한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을 하던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원장인 김성집씨는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전전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위한 직업 전문학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5년 전부터 탈북자만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김성집: 처음에는 탈북 청소년들을 몇 명 만나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교육을 시켰더니 이해도 못하고 따라도 못오고.. 이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자리를 만들어 줘도 뛰쳐나오는 실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 사람들을 가르치지 않고 북한 사람들만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일자리를 구하는 일입니다.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이 입국하면 정착금과 함께 직업 훈련 기회를 따로 제공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남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원하는 직업을 갖기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탈북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최근 이 학교가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는 기술은 봉제와 도배입니다. 김성집 원장은 봉제와 도배일은 남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인데다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취업하기 수월한 분야라고 설명합니다.

김성집: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90%가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 서민이었습니다. 이들은 남한 사람들과 동일하게 어깨를 겨룰 수 없습니다. 이들에게 맞는 틈새시장을 만들에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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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서 봉제기술을 배우고 있는 탈북자 이봉심씨는 2001년 남한에 입국한 이후 여러 가지 장사를 해 봤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씨는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앞으로 집에서 옷 수선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봉심: 처음에는 포장마차 1년하고 그만두고, 신곡시장에서 냉면가게를 3년 했어요. 그것도 여름에는 잘되는데 겨울에는 가게세도 못 내서 그만뒀어요. 봉제라도 해서 집에서 일하려고.. (배워 보시니까 어떤가요?) 할 만해요. 지금은 선생님이 지도하는 데로 하니까 하기도 쉽고 해놓으면 예뻐요.

또 2003년 입국한 정영미씨는 앞서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남한 사람들의 냉대와 차별에 상처받는 일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씨는 이제 봉제 자격증을 따면 의류 상가가 밀집해 있는 동대문에 취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정영미: 아르바이트도 하고 악세사리, 머리 핀 만드는 것도 해 봤어요. 그 전에 미싱하는데 가서 아르바이트 하러 갔는데 기술자격이 없다고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거 배워야 겠다. 하나라도 기술이 있으면 당당하게 일할 수 있지 않나...

김성집 원장에 따르면 이처럼 탈북자들에게 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 약 5곳이 있습니다. 그나마 탈북자들만을 대상으로 맞춤 직업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그는 이곳을 다녀간 탈북자들이 직업을 갖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김성집: 10명중에 2-3명만 제대로 정착을 해도 이 일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서 후에 올 많은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이 학교는 빠르면 올해 탈북 남성들을 위한 운전과 인쇄 기술, 그리고 탈북 여성들을 위한 컴퓨터 자수와 염색가공 기술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이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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