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아동 엄마의 아름다운 봉사


2007.07.04

서울-장명화

자기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뒤에 있는 사람을 돕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를 서울에 나가있는 장명화기자가 만나봤습니다.

NAT: 가양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 수업시간에 떠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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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수업을 듣는 혜진이를 돌보는 안상순 씨-RFA PHOTO/장명화

밖에서는 장마철 굵은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댑니다. 6학년이면 초등학교에서 고학년이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6학년 교실은 모두 4층에 있지만, 오늘 제가 만나려는 김혜진양의 6학년 1반 교실은 일층에 있습니다. 커다란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학교 측에서 배려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오늘 나눠주는 평가서를 받기 위해섭니다. 지나가는 한 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기자: 혜진이랑 공부할 때 재미있어요?) (학생): 네. 어쩔때는요, 어떤 때는 저 아무것도 안했는데 혜진이가‘하지 말라’고 그래요. (안상순): 니가 놀리니까 그렇지. (학생) 아녜요. 제가 먼저 안했어요.

올해 15살의 혜진이는 혼자 앉지도, 손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일급 지체장애자입니다. 칠삭둥이 1.4kg으로 태어난 혜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2살 많습니다. 장애아 보조원이 따로 없어서 감당할 수 없다며 혜진이를 받기 거부한 학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는 엄마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돌보겠다는 약속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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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상받는 안상순씨-RFA PHOTO/장명화

휠체어를 탄 채 수업을 듣는 혜진이의 옆에는 엄마 안상순씨가 앉았습니다. 평소에는 공부시간에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쉬는 시간이면 혜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일교시를 마치고 가야할 데가 있습니다. 안씨는 서둘러 혜진이의 가방을 챙긴 뒤, 노란색 비옷을 입히고 가까운 집으로 향했습니다.

(기자: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참 힘드시겠어요. ) (안상순) 그러니까 우의를 손수 이렇게 만들어 갖고 씌워서 가니까, 옷도 덜 젖고, 괜찮아요. 그래도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가는 거예요. 장애자들은 비가 오면 나들이를 못하잖아요. 비에 맞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우의도 만들었어요.

(기자: 직접 만드셨다고요?) (안상순)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상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기자: 책상까지요?) (안상순) 다른 학교의 다른 아이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면, 바닥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보면 너무 안쓰럽고 제가 만들어주고 싶고...책상같은 것은 요즘은 멀쩡한 것도 그냥 버리잖아요. 저는 그것 주워서 재활용한거예요.

아빠가 운전하는 승용차 안에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기자:학교가 어때?) (혜진) 좋아요. (기자: 무슨 시간이 제일 좋아?) (혜진) 영어요. (기자: 영어가 제일 좋아?) (혜진)네. (기자: 영어 좀 한번 해봐) (혜진) I'm hungry.. It's too...

엄마가 집에서 안고 나온 혜진이를 태우고 차는 강서구민회관으로 향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열리는 제 3회 정신지체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안씨는 상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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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후 혜진이네 가족 사진-RFA PHOTO/장명화

사회자: 표창장: 안상순 귀하께서는 평소 지역사회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오셨으며, 특히 장애복지를 위해 남다른 노력으로 이웃사랑을 평소 실천하셨기에 수상합니다. 2007년 7월 4일, 서울 특별시 강서구청장... ..

안씨의 남다른 이웃사랑은 딸을 학교에서 돌보게 되면서 다른 장애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싹트면서 시작됐습니다. 안씨는 장애인 보조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워, 이 년 전 강서구청에서 ‘장애활동 보조원 자격증’교육을 받았습니다. 15주후 ‘장애아 보조원’이 되어 돌아온 안씨는 학교에서 다른 장애아동들도 함께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낮엔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야간대학 보육학과를 다녔습니다.

안상순: 5학년 장애아동을 가르쳤는데, 그 부모가 배운 것도 없이 애를 가르치냐고 하기에, 사실은 나도 장애부모고 고등학교까지 나왔는데, 배운 것은 없어도 초등학교 수준은 될 것 아니에요? 가르치기 보다는 공부 따라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이었는데요..

안씨는 그 소리를 들은 후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보육교사 3급 자격증을 따냈습니다. 자격증을 딴 후로는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에는 근처의 장애자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보다 뒤에 있는 사람을 돕는 안씨의 삶을 보며 많은 인생교훈을 얻는다고 혜진이의 담임선생님 오윤희씨는 말합니다.

오윤희: 보통 공부가 지식이나 지식전달이나 계산력이나 이런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할 일반화되있는 삶의 자세라던가, 그런 면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고, 또 누구나 다 자기가 태어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각자 보여주고...

안씨는 수상식을 마친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신지체 장애아들이 있는 집근처의 복지관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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