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부모들, 교육열 뜨겁다
2007.06.01
서울-이진서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부모라면 국적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세계 공통의 가치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체제나 이념을 달리하는 남북한도 이 교육열에서는 남과 북을 구분할 수 없는 서로 닮은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6월1일 북한의 아동절을 맞아 남북한의 자녀 교육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북한출신 교사 중 유일하게 남한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천정순씨는 남한 부모들의 교육열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천정순: 자기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고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인성 교육보다 엄마들의 요구에 의해서 아이들은 하고 싶지 않은데 강제성을 띠어서 하고 솔직히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마을에서 놀고 그런 것을 볼 수가 없잖아요.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하기 때문에요. 그러면 그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남한에서는 자녀교육비 때문에 살던 집을 팔고, 집을 줄여 이사를 가는가 하면 아버지는 남한에 홀로 남고, 자녀들은 해외에 유학 보내는 기러기 가정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모습이 북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을 통일연구원 임순희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임순희: 뇌물을 써서 실력이 좀 부족해도 평양 제1중학교를 보내고 싶어서 엄마들이 여기 저기 알아봐서 뇌물을 써서 그런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엄마들이 제일 좋은 학원을 찾아서 보내고, 좋은 선생님 찾아서 보내고, 차로 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이런 식의 치맛바람이죠. 북한에서는 좋은 수재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뇌물을 쓰는 겁니다.
남한에는 과학 분야에 소질이 있는 우수학생들을 선발해 집중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는 서울 과학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렇게 과학 분야, 외국어 분야, 예술 분야의 우수학생들만을 모아서 영재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를 특수목적 고등학교라고 하고 보통은 줄인 말로 특목고라고 부릅니다. 서울 과학 고등학교 박완규 교무부장의 말입니다.
박완규: 1학급에 20명으로 7학급이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입학을 하면 24시간 모든 생활이 학교 내에서 이뤄지고 실험도 있고 방과 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교육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모자라는 과목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는 방 후에 학원을 간다든가 하지만 여기는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학교 자체적으로 기초교육이나 심화교육을 자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을 하고 고소득의 안정된 직장에 다니길 바랍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에 최대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좀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정규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매월 자신의 수입 절반 가량을 자녀교육에 쓴다는 한 주부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학부모: 예체능 쪽에서 피아노 미술학원, 운동 쪽에서 태권도나 검도, 요즘 논술을 해야 되고, 영어는 기본적으로 하고, 집에서 학습지 2-3개 정도는 하니까 이런 저런 것을 다 합쳐 보면 자녀 한 명당 70만원 정도는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여성은 두 명의 자녀를 뒀기에 한달에 미화로 천400달러 정도를 사교육비로 쓰는 겁니다.
북한에서 예술계 고등학교 중 최고로 불리는 평양의 금성 중고등학교를 지난 1986년 졸업한 정성산씨는 북한에서 최고의 학교를 가기 위해 부모들은 갖은 재산을 전부 내놓을 정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정성산: 북한은 자치 단체장의 추천이 있어야 합니다. 자치단체장에게 뇌물을 쓰고 그리고 지도원들에게 뇌물을 써야죠. 그리고 금성고등중학교나 예술단체에게 또 뇌물을 써야죠. 지방에서 자기 자녀들을 평양에 보내려고 하면 한국말로 집한 채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될 겁니다.
뇌물이 북한에서는 일반화 됐다고 하지만 자녀교육에 뇌물이 동원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뇌물이라도 불사하는 북한 학부모들의 교육열 그리고 나는 못살아도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나야한다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어려움을 마다않는 남한의 가장들.
남북한의 교육열은 분단의 거리를 훨씬 뛰어넘는 민족 공동의 가치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