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7시간 동안의 만남


2007.05.14

제1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그리운 얼굴들이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남측 가족들의 상봉 소감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이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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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화상상봉 센터 - RFA PHOTO/이진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최고령자였던 98살의 고면철 할아버지는 북에 살고 있는 명설, 명훈 두 아들과 딸 선자씨를 만났습니다. 57년만 이뤄진 가족상봉입니다. 이제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기자와의 전화통화가 어려워 상봉행사에 동행했던 남측 아들 명호씨에게 가족상봉의 순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고명호: 처음에는 큰아들을 모르더라고요. 난 큰아들을 가장 빨리 알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보통학교 4학년인가 했으니까요. 얼굴이 워낙 달라져서 그런지... 막내는 아버지와 워낙 똑같이 생겨서 금방 알아보고, 딸도 워낙 많이 늙어서요. 잘 못 알아보더라고요.

고면철씨는 북에 살고 있던 아들과 딸을 만난 순간을 고이 간직하려는 듯 말을 아끼고 있다고 남측 아들은 말했습니다.

고명호: 충격이야 있는데 내색은 안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잘하시고요. 눈에 띄게 적게 잡시신다든지 그런 것은 안보입니다. 통일이 빨리 돼야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찾고 할텐데... 그런 얘기를 하고 내가 다시는 못 만나다고 하니까 상당히 우울해 하시고요...건강은 가기 전이나 다녀온 후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 상봉행사에서는 올해 89세의 이동덕 할머니가 지난 1968년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납북된 아들 김홍균씨를 만났습니다. 현재 이동덕 할머니는 아들과 기약 없는 두 번째 이별을 하고 몸져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형님 내외를 만나고온 남측 동생 강균씨의 말입니다.

김강균: 너무 짧았습니다. 한번 저희가 헤어졌는데 또 만날 기약이 없잖아요. 한번이라도 더 봤으면 하는데 기약이 없고 그것이 제일 아쉬움입니다.

김씨의 어머니는 혼자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만나는 동안 피곤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매 순간을 기억 속에 담고자 했다고 남측 아들은 말합니다.

김강균: 이동을 많이 했습니다. 계속 만났다가 또 숙소로 왔다가 가고 젊은 사람도 힘드는데 89세인데... 둘째날은 밤에 헛소리를 하시더라고요. 너무 힘들어 가지고... 실제로 만난 시간은 2시간씩 두 번 하고 그 다음 밖에 나가서 야외참관 상봉이라고 금강산 삼일포라고 2시간 만나고 또 거기까지 산으로 해서 들어갔고 모두해서 7시간 만났네요.

남측에서 북측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사람들은 모두 125,000명이 됩니다. 하지만 만남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남한 적십자 관계자는 말합니다.

적십자: 북측에 가족을 찾겠다고 신청한 분들이 12만 5천9백여 명이 되는데 사망자가 3만2천 명입니다. 그래서 생존자를 보면 9만8천7백여 명이 되는데 이 숫자를 보면 매일 10여 명씩 돌아가시고 1년이 되면 3-4천 여 명이 돌아가시는 겁니다.

이산가족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대면상봉행사는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8.15일에 있었던 행사를 1차 행사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이산가족들은 그 이전에도 한번 상봉행사를 가진바 있습니다.

적십자: 1985년에 고향방문단이 있었습니다. 당시 157명이 상봉을 했었습니다. 2000년 6.15이후에 총 15번 상봉이 있었습니다. 인원은 총 17,166명이 상봉을 했습니다.

남측 적십자는 현재 고령자와 직계가족을 우선순위로 가족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행사를 치룰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발생한다고 남측 적십자사 관계자는 말합니다.

적십자: 내가 찾는 가족들이 돌아가시고 그 외 가족 친척을 찾는 것이 많아요. 내가 찾는 가족은 동생, 부모님 등이 많은데 실제로 그 가족은 연세가 아서 다 돌아가시고 조카, 며느리, 손자 등 실제로 얼굴을 알지 못하는 가족들의 생사가 확인 되니까 상봉을 할 때 포기 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올해 75세 된 남측 이연동씨는 북측 형님을 찾았지만 조카들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만나기 전까지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형님의 아들들을 어떻게 확인할지 걱정도 많이 했지만 피는 물보다 진했습니다.

이연동: 몇 번을 만났는데 먼저 손을 내밀고 달려들어서 악수를 하고 해서 정말 지금 데리고 있는 아들보다 더 반갑게 생각이 나고 마음이 흐믓한지...

남북 적십자는 앞으로 8.15와 추석을 계기로 6-7차 화상상봉을 하고 이번 추석을 계기로 16차 대면상봉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이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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