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꽃놀이에 주민 이틀치 식량값 ‘펑펑’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04.26
2010.04.26
MC: 북한 당국은 1994년에 사망한 김일성의 98회 생일을 하루 앞둔 14일 밤에 축포야회를 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측이 60억 원, 그러니까 540만 달러를 들여서 불꽃놀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540만 달러로 옥수수를 살 경우,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 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이른바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밤 평양 대동강변에서 대규모 축포야회, 그러니까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당시 불꽃놀이의 녹화 영상물이 동영상을 올리는 인터넷 공간인 ‘유튜브’에 15일 게시됐습니다. 세 편으로 나뉘어 올린 영상물은 모두 합치면 30분 분량입니다.
높이 170m의 주체사상탑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수만 발의 폭죽과 함께 레이저도 동원된 걸 영상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물 위에 물안개로 막을 만든 다음 김일성을 찬양하는 문구와 함께 ‘김정일화’를 비치게 하는 특수 효과도 연출했습니다.
불꽃놀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축포야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에서 10년 넘게 불꽃을 연출하고 있는 ‘유지곤 폭죽연구소’의 유지곤 대표는 “규모 면에서는 괜찮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성우: 대표님, 녹화 영상물을 직접 보셨는데요. 평양 대동강변에서 열린 이번 불꽃놀이를 규모 면에서나 기술적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수준이 어느 정도입니까?
유지곤: 제가 볼 때는, 연화 관련된 기술은 아무래도 중국의 지원을 많이 받았겠지요. 규모 면에서는 상당히 북한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연출 면에 있어서, 어떤 기술적인 측면이라든가, 음악과 어우러지는 조화라든가, 그런 건 국내 수준보다는 많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박성우: 조금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 측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때 떨어지는 것 같다는 거지요?
유지곤: 첫 번째로, 화약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고급 제품의 화약을 썼는가, 아닌가를 제가 영상물을 통해서 봤는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불꽃 시장에서 유통되는 폭죽 제품보다 좀 퀄러티가 떨어지는 저급 제품들이 많이 사용됐어요. 품질이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요. 그다음으로, 그 화약들을 이용해서 연출을 해야 하는데. 포인트도 많이 쓰고 채널도 많이 썼습니다.
박성우: 포인트라는 건 화약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지점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유지곤: 그렇지요. 설치된 지점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포인트도 많이 쓰고 하긴 했지만… 현재 멀티미디어 불꽃축제를 연출할 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 불꽃놀이에서는) 특정 인물을 찬양하는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면서 어떤 감성적인 면을 채우지 못했고요. 우리가 다양한 장르를 쓸 때는 민요도 들어갈 수 있고, 클래식도 들어갈 수 있고, 팝도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랬을 때 노래와 맞는 느낌의 불꽃을 적절하게 잘 사용해야 하는데, 이건 그런 점이 고려가 덜 됐다고 판단됩니다.
박성우: 녹화 영상물을 보고 판단할 때, 이번 불꽃놀이는 모두 합쳐서 대략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었다고 보십니까?
유지곤: 이 불꽃놀이를 국내 기술진이 했을 때, 대략적인 비용은 약 7억 정도, 6억에서 7억 정도를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지곤 대표가 말한 한국 돈 7억 원은 미화로 63만 달러입니다. 한국의 기술진이 14일 밤 평양의 불꽃놀이를 담당했다면 7억 원이면 충분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폭죽놀이로 “60억 원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미화로 계산하면 540만 달러를 북한이 불꽃놀이에 썼다는 겁니다. 6-7억 원과 60억 원. 소요 비용의 추정치가 많게는 10배의 차이가 납니다.
이처럼 북한이 불꽃놀이에 들인 비용이 얼마인지는 계산 방법이나 관련 정보의 습득 범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측이 불꽃놀이에 들인 비용을 언급했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는 북한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면서 “백성들은 어려운데 60억 원을 들여 (김일성) 생일이라고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렸다. 그 돈으로 옥수수를 사면 얼마나 살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북측 지도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불꽃놀이는 기념할만한 날이 있거나 축제가 열릴 때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왜 북한이 한 불꽃놀이는 문제가 될까.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로부터 북한이 큰돈을 들여 불꽃놀이를 한 이유와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비판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박성우: 박사님, 북한이 태양절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이 불꽃놀이를 통해서 얻고자 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조한범: 북한은 최근 지속적으로 경제 위기와 체제 내구력의 이상 징후로 어려움을 겪어 왔고요. 특히 화폐개혁의 경우, 최근 북한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주민 생활과 직결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컸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잠재적인 형태로 현저화하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북한 지도부는 사회 이완에 대해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일성 유훈 통치의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북한 사회를 응집시키려는 시도로 정치적인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이벤트로서 불꽃놀이를 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서 그런 이벤트를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런데 북한의 바깥 사회에서는 북한의 불꽃놀이를 좀 문제시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조한범: 상식적인 차원에서, 북한은 현재 식량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 아니고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기아의 위협은 상존하고 있고, 또 취약계층은 사실상 언제든지 아사할 위협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굳이 정치적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행사에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돈을 썼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외부 세계에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또 우리 같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 왔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 지적하는 게 가능할 수 있지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월 11일 현재 옥수수는 국제시장에서 운임을 포함해 1톤당 224달러에 거래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60억 원은 미화로 540만 달러. 이 돈으로 국제시장에서 살 수 있는 옥수수는 2만 4천 톤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체 주민이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서는 최소 1만 톤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지도부는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 하고도 반나절을 먹고 살 수 있는 옥수수를 살 돈으로 밤하늘을 장식한 셈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이른바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밤 평양 대동강변에서 대규모 축포야회, 그러니까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당시 불꽃놀이의 녹화 영상물이 동영상을 올리는 인터넷 공간인 ‘유튜브’에 15일 게시됐습니다. 세 편으로 나뉘어 올린 영상물은 모두 합치면 30분 분량입니다.
높이 170m의 주체사상탑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수만 발의 폭죽과 함께 레이저도 동원된 걸 영상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물 위에 물안개로 막을 만든 다음 김일성을 찬양하는 문구와 함께 ‘김정일화’를 비치게 하는 특수 효과도 연출했습니다.
불꽃놀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축포야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에서 10년 넘게 불꽃을 연출하고 있는 ‘유지곤 폭죽연구소’의 유지곤 대표는 “규모 면에서는 괜찮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성우: 대표님, 녹화 영상물을 직접 보셨는데요. 평양 대동강변에서 열린 이번 불꽃놀이를 규모 면에서나 기술적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수준이 어느 정도입니까?
유지곤: 제가 볼 때는, 연화 관련된 기술은 아무래도 중국의 지원을 많이 받았겠지요. 규모 면에서는 상당히 북한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연출 면에 있어서, 어떤 기술적인 측면이라든가, 음악과 어우러지는 조화라든가, 그런 건 국내 수준보다는 많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박성우: 조금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 측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때 떨어지는 것 같다는 거지요?
유지곤: 첫 번째로, 화약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고급 제품의 화약을 썼는가, 아닌가를 제가 영상물을 통해서 봤는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불꽃 시장에서 유통되는 폭죽 제품보다 좀 퀄러티가 떨어지는 저급 제품들이 많이 사용됐어요. 품질이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요. 그다음으로, 그 화약들을 이용해서 연출을 해야 하는데. 포인트도 많이 쓰고 채널도 많이 썼습니다.
박성우: 포인트라는 건 화약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지점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유지곤: 그렇지요. 설치된 지점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포인트도 많이 쓰고 하긴 했지만… 현재 멀티미디어 불꽃축제를 연출할 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이 불꽃놀이에서는) 특정 인물을 찬양하는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면서 어떤 감성적인 면을 채우지 못했고요. 우리가 다양한 장르를 쓸 때는 민요도 들어갈 수 있고, 클래식도 들어갈 수 있고, 팝도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랬을 때 노래와 맞는 느낌의 불꽃을 적절하게 잘 사용해야 하는데, 이건 그런 점이 고려가 덜 됐다고 판단됩니다.
박성우: 녹화 영상물을 보고 판단할 때, 이번 불꽃놀이는 모두 합쳐서 대략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었다고 보십니까?
유지곤: 이 불꽃놀이를 국내 기술진이 했을 때, 대략적인 비용은 약 7억 정도, 6억에서 7억 정도를 왔다갔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지곤 대표가 말한 한국 돈 7억 원은 미화로 63만 달러입니다. 한국의 기술진이 14일 밤 평양의 불꽃놀이를 담당했다면 7억 원이면 충분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폭죽놀이로 “60억 원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미화로 계산하면 540만 달러를 북한이 불꽃놀이에 썼다는 겁니다. 6-7억 원과 60억 원. 소요 비용의 추정치가 많게는 10배의 차이가 납니다.
이처럼 북한이 불꽃놀이에 들인 비용이 얼마인지는 계산 방법이나 관련 정보의 습득 범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측이 불꽃놀이에 들인 비용을 언급했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는 북한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면서 “백성들은 어려운데 60억 원을 들여 (김일성) 생일이라고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렸다. 그 돈으로 옥수수를 사면 얼마나 살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북측 지도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불꽃놀이는 기념할만한 날이 있거나 축제가 열릴 때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왜 북한이 한 불꽃놀이는 문제가 될까.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로부터 북한이 큰돈을 들여 불꽃놀이를 한 이유와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비판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박성우: 박사님, 북한이 태양절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이 불꽃놀이를 통해서 얻고자 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조한범: 북한은 최근 지속적으로 경제 위기와 체제 내구력의 이상 징후로 어려움을 겪어 왔고요. 특히 화폐개혁의 경우, 최근 북한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주민 생활과 직결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컸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잠재적인 형태로 현저화하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북한 지도부는 사회 이완에 대해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일성 유훈 통치의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북한 사회를 응집시키려는 시도로 정치적인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이벤트로서 불꽃놀이를 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서 그런 이벤트를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런데 북한의 바깥 사회에서는 북한의 불꽃놀이를 좀 문제시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조한범: 상식적인 차원에서, 북한은 현재 식량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 아니고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기아의 위협은 상존하고 있고, 또 취약계층은 사실상 언제든지 아사할 위협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굳이 정치적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행사에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돈을 썼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외부 세계에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또 우리 같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 왔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 지적하는 게 가능할 수 있지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월 11일 현재 옥수수는 국제시장에서 운임을 포함해 1톤당 224달러에 거래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60억 원은 미화로 540만 달러. 이 돈으로 국제시장에서 살 수 있는 옥수수는 2만 4천 톤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체 주민이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서는 최소 1만 톤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지도부는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 하고도 반나절을 먹고 살 수 있는 옥수수를 살 돈으로 밤하늘을 장식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