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밀보리 재배 면적 축소해 이모작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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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내각 농업위원회가 올해 밀보리 재배 면적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모작 농사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 고산지대 농장들까지 확대하기로 했던 밀보리 생산계획을 철회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벼를 심어야 할 논에 앞그루(전작)로 밀보리를 심던 행태도 중단돼 전반적인 이모작 농사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새 시대 농촌건설강령’이 실행 2년만에 뒤집히고 있다”며 “앞그루로 밀보리를 심고, 뒷그루(후작)로 벼와 강냉이를 심는 이모작 농사가 벌써 폐지되는 분위기”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1년 12월, 당중앙위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농촌살림집건설과 농업기계화, 밀보리 생산 확대를 골자로 한 ‘새 시대 농촌건설강령’을 내놓았습니다. 새로운 농촌건설강령에 따라 2022년부터 앞그루로 밀보리를, 뒷그루로 벼와 강냉이를 심는 이모작 농사를 대대적으로 장려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2월, 북부고산지대인 양강도에도 강냉이와 감자 대신 밀보리를 심으라는 내각 농업위원회의 지시가 내려와 농장들이 발칵 뒤집혔다”며 “그랬던 농업위원회가 지난 4월 중순, 고산지대 농장들을 상대로 밀보리 면적을 늘리지 말라는 지시를 별도로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지시가 내린 배경에 대해 소식통은 “애초 밀보리를 심게 된 이유가 알곡 생산량을 늘리면서 토양의 산성화를 막자는 데 있었다”면서 “그런데 밀보리를 심어 알곡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데다 이모작 농사가 토양의 산성화를 더욱 재촉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내각 농업위원회 산하 농업과학원이 올해 2월 말에 비공개로 내놓았다”면서 “이모작 농사에 적합한 벼와 강냉이, 감자 품종을 새로 개발하는데 실패한 것도 전반적인 이모작 농사를 축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내각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농업연구원과 내각 농업위원회 산하 농업과학원, 국방성 후방총국 산하 품종연구소인 810군부가 토지를 산성화 시키지 않으면서 생육 기일이 짧고, 생산량이 높아 이모작 농사에 적합한 품종을 만들어 내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6일 “강냉이는 지난해와 같이 앞그루로 밀보리를 심는 이모작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며 “대신 벼와 감자는 앞그루로 밀보리를 심던 이모작을 중단해 올해에는 전반적인 이모작 농사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모작 농사는 비료와 거름이 배로 필요한데다 토지의 산성화를 가속화 시킨다”며 “이모작 농사에 성공하려면 전작으로 심는 밀보리, 후작으로 심는 벼와 강냉이, 감자가 모두 생육 기일이 짧은 올종(조생종)이어야 하는데 올종은 늦종(만생종)에 비해 수확량이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올종은 늦종보다 수확량이 낮지만 한해 2번 가을 할 수 있어 전반적인 알곡 생산량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비료와 농약이 배로 들어 농사 비용이 상승하는데다 김매기와 가을걷이 인력도 배로 늘어나 전반적인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현재 우리(북한)의 논과 밭은 산성화 수치가 너무 높아 알곡 생산량을 높일 수가 없고, 중금속에 의한 오염이 심각해 생산된 알곡도 먹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산성화 된 토양을 개량하고 중금속 오염을 희석시키려면 더 많은 석회와 퇴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농사는 개인들을 따라 하면 절대로 탈이 나지 않는다”면서 “뙈기 밭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모작 농사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황해남도와 평안남도의 일부 주민들이 이모작 농사를 짓고 있으나 그마저도 앞그루로 밀보리는 심지 않는다”면서 “개별적 주민들은 앞그루로 감자와 강냉이를 심고 뒷그루로 값이 비싼 메밀을 심어 돈을 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