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양순백화점 영업재개…비싼 물건값에 주민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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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사태로 영업을 중단했던 양강도 혜산시 '양순백화점'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지만 장마당보다 비싼 가격으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투자를 받아 1998년에 완공된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 양순백화점.

이 백화점은 중국 장사꾼들에게 매장을 대여해 주고 임대료를 챙기는 방법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영업을 중단했는데 올해 다시 개업을 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던 양순백화점이 지난 5일 국영백화점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며 “소리 소문도 없이 영업을 시작했는데 진열된 상품들이 장마당보다 비싸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양순백화점 및 혜산백화점에서 판매중인, 청진 '수성천 식료공장'에서 생산한 25도짜리 '갈매기' 상표의 소주는 북한 돈 5천원이지만 개인들이 만들어 파는 25도짜리 강냉이 술은 장마당에서 2천원선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비싼 '갈매기' 상표 소주가 쓴 맛이 나 별로 인기가 없는 반면 장마당에서 팔리는 강냉이 술은 반 값에 불과한 데다 잡내도 없어 인기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 1월 20일, 북-중 무역을 전면 중단하고 압록강과 두만강에 있던 세관도 전부 폐쇄시켰습니다. 세관이 폐쇄되자 더 이상 상품을 조달 받을 수 없게 된 중국인 장사꾼들이 하나, 둘 철수하면서 2020년 9월부터 양순백화점은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 등급을 조정하면서 해외 체류 북한 주민들의 귀국을 허용하였으나 여전히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들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고 있어 중국인 장사꾼들을 통한 양순백화점의 영업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소식통은 “그랬던 양순백화점이 지난해 10월부터 내부 수리에 들어갔고, 상품들도 들여오기 시작했다”며 “이런 과정은 모두 창문을 가린 채로 진행돼 1월 5일에 양순백화점이 갑자기 문을 열 때까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백화점에는 국내에서 생산된 당과류와 술, 화장품과 담배, 신발과 학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장마당에서 kg당 (북한 돈) 4천원(미화0.47달러)에 파는 감자가루를 4천5백원(미화0.52달러)에 팔아 국가운영 상점에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8일 “양순백화점은 내각 상업성에서 직접 관리했으나 지난해 10월, 양강도 인민위원회 상업과 소속으로 전환됐다”며 “백화점의 운영과 관리 방식은 평양 제1백화점과 같다”고 전했습니다.

평양 제1백화점처럼 북한의 식료품 생산회사들과 생필품 생산회사들에 매장을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는 양순백화점 말고도 혜산백화점이 있는데 혜산백화점은 국가가 운영하는 다른 종합상점들처럼 상업관리소에 들어 온 상품만 판매한다”며 “양순백화점과 혜산백화점은 운영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일반 종합상점이나 백화점들은 상업관리소에 들어 온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정해준 가격대로 팔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양순백화점은 식료품과 생필품 생산회사들이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가격도 임차한 회사들이 정하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지난해 8월 1일,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 거래를 하거나 외화를 유통시키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사회안전성(경찰) 포고문이 발포된 이후 국가 기업에서 생산된 상품이 장마당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 https://www.rfa.org/korean/in_focus/human_rights_defector/nkcommerceban-08072023094708.html)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가 기업 상품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장마당에서 국산 상품이 점차 사라져가는 반면 기존에 텅텅 비어있던 백화점들, 종합상점들에 상품이 쌓여가고 있다”며 “다만 국가 기업 상품이라 해도 백화점이나 종합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은 장마당 가격을 크게 웃돌고 있어 사람들이 장마당만 찾을 뿐 국영상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