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아버지 최고” 북 주민 달러 사랑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9.24
dollar_exchange_b 북한 남성 두 명이 평양의 한 지하철역 입구에서 암달러를 거래하고 있다.
AFP PHOTO

앵커: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반미사상을 주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민들 속에서는 오히려 미국달러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00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벤자민 프랭클랜이 북한 돈 5천원에 그려진 김일성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들어 평양의 고급식당을 비롯한 위락시설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이 장려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경지방을 방문한 북한 주민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북한 내부에는 달러가 많이 돌고 있다”면서 “할아버지가 최고라는 말이 일반 상인은 물론 간부들 속에서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할아버지’는 100달러 지폐에 그려진 벤자민 프랭클랜의 초상화를 가리킨다고 이 주민은 덧붙였습니다.

지독한 반미국가로 알려진 북한에서 이처럼 벤자민 프랭클린이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리는 이유는 달러의 높은 값어치 때문입니다.

이 주민은 “요즘 암시세로 100달러는 북한 돈 8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국정시세(1:120)에 비해 60배 이상 차이난다”고 언급했습니다.

심지어 북한 돈 5천원 권에 그려진 김일성 초상화에 빗대어 “‘미국할아버지’ 1장 사려면 ‘우리 할아버지’ 160장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달러의 대량 유통으로 북한 내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국가은행에는 달러가 없지만, 개인들은 현화(외화현찰)로 많은 상거래를 하고 있다”며 “달러가 대량 유통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4번째로 달러가 많다’는 근거 없는 소리도 한다”고 그는 현지 반응을 전했습니다.

이런 달러 선호 경향은 북한당국이 벌이고 있는 반미선전 캠페인과 상충되는 모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중앙에서는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 청소년들에게 반미영화 ‘승냥이’를 관람시키고, 신천박물관을 참관하게 한 다음 복수 감상문을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달러를 쓰면서 반미 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간부들에게 뇌물을 줄 때도 100달러짜리를 담뱃갑에 말아 넣어주는 데 간부들은 뒤로 그걸 받고 앞에서는 반미를 하라고 선동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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