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중국파견 자국회사 검열 진행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3.11.20
북 당국, 중국파견 자국회사 검열 진행 지난 2012년 단둥 인근 임시 축구화 공장에서 북한 관리자가 북한 노동자들을 감독하고 있다.
/REUTERS

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한 자국 회사를 대상으로 집중 검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본국으로 1차 철수한 노동자들이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불법적인 사안들을 신고했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동북 3성에 12만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북한 파견회사는 대부분 북중 합작회사로 설비, 기술, 자재, 부지와 같은 기반시설(인프라)는 중국이, 생산인력은 북한이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북한이 1차로 철수시킨 노동자들을 상대로 엄격한 조직생활검토를 한 결과 중국에 나가있는 북한 회사들에서 엄중한 부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해외파견을 기회로 사익을 추구하는 간부들을 처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료녕성 단동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1차로 철수한 노동자들로 인해 해당 회사들의 부정행위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노동자들이 간부들의 사치와 자금갈취 등을 당국에 신고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해외파견 생활 검토과정에서 ‘간부들이 노동자들을 사람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간부들의 폭행이 도를 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충성심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공포에 질려 일하고 있다고 제기(제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일부 노동자들은 간부들이 학습과 강연에서는 대한민국이 나쁘다고 말하고 실제로 생활에서는 전부 한국산만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고발했다”면서 “한 여성간부의 목도리 1개가 중국 돈 만원(미화 1,402.33달러)이 넘는다는 사실도 제기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익에 눈이 먼 간부들이 노동자들을 폭행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위생지(화장지)처럼 쓰고 다닌다는 신고가 가장 많이 나왔다”면서 “중국 사람인 나도 50(미화 6.97달러)짜리 중국화장품을 쓰는데 일부 북조선 사장(여성)들은 썬크림 하나도 수 백, 수 천원(위안) 짜리 한국산 제품만 찾는 데 이런 게 다 검열대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은 단순히 (당사자에 대한) 처벌로 그치지 않고 제기된 회사를 통째로 철수시키는 방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일반 노동자들은 별로 소비하지 않고도 5년 내에 모은 돈이 1만원(위안)도 안되는데 비해 어떤 간부는 미리 평양에 (미화) 14만 달러짜리 고급주택을 산 것이 적발돼 처벌이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철수하면 외화벌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만 불법행위를 방치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가 예상돼 새로운 인력 교체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철수되도 소속된 북한 직원들은 인근 회사로 옮길 수 있어 회사 대표 외에는 큰 여파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심양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17일 “며칠 전부터 북조선 회사에 대한 북조선 당국의 검열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면서 “1차로 철수한 노동자들이 신고한 것 때문에 검열이 붙은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심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단장으로 한 검열단이 동북3성에 파견된 북조선 회사들을 전부 검열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13일에 시작된 검열은 언제 끝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회사 간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검열은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을 만난 후 간부들을 만나 회사에서 제기된 폭행사건과 회사의 자금사용 용처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일부 간부들이 중국 지인의 명의로 된 은행통장을 사용했거나 고가의 사치품을 산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특히 노동자들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 검열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장 간부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면서 “평소 위압적인 태도로 노동자들을 막 대하며 사소한 실수에도 폭행을 일삼던 관리자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파견을 계기로 제왕처럼 행세를 하던 북조선 간부들이 철수 인원들에게서 어떤 신고가 제기될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면서 “일부 (중국 내 북한) 회사의 간부들은 검열을 무사히 마친 회사의 사장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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