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서 북한돈 가치 10% 하락”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08.07
nk_currency_won_b.jpg 당당히 중국돈으로 거래하는 노점상 여성. 손에 들고 있는 것은 1위안짜리의 거스름돈이다. 2013년10월 양강도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최근 북한 내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북한 원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그 이유가 주목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6일 현재 미화 1달러에 대한 북한 원화의 환율이9천 464원으로, 불과 20여 일 만에 약 10%(9.92%) 하락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8월 초에 갑자기 북한 돈의 가치가 한 10% 가까이 떨어졌어요. 세계적인 미국 달러(가치)의 급등에 원인이 있을 겁니다. 중국 돈도, 한국 돈도 가치가 몇 %씩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 경제도 국제 경제와 링크(연결)돼 있는 증거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그런데, 다른 나라 화폐보다도 북한돈의 가치가 떨어진 폭이 큽니다. 한 10% 가까이 떨어졌더라고요.

아시아프레스는 대북 제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17년부터 북한의 물가 동향을 비롯해 북한 원화와 달러화의 환율 등을 조사해 왔는데 지난달 17일까지 안정적이던 환율에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한국 원화나 중국의 인민폐의 환율도 4~5% 정도 하락했지만, 북한 원화가 유독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이어 북한 원화로 구매하는 쌀 가격 등 물가도 10% 가량 상승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경제 동향을 연구해 온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달러에 대한 북한 화폐의 환율이 수 년째 안정세를 보여 왔다며 주목할 만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그 동안 대체적으로 8천원대 환율이었습니다. 환율이 10% 올랐다는 것 그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8천원대에서 9천원대로 북한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북한돈과 달러를 가진 돈주와 같은 북한 주민이 (북한 원화의 가치가) 더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달러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중 국경지대인 량강도, 함경북도 등의 장마당에서는 북한화폐 가치의 하락을 우려해 90% 가량의 거래가 중국 위안화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장마당에서 이른바 ‘돈쟁이’들이 매대를 돌며 북한돈을 중국돈으로 환전해 주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북한 주민들의 투기성 달러화 사들이기가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2009년 화폐개혁으로 북한돈의 가치가 하루 아침에 급격히 떨어졌던 악몽을 떠올리고 공포심에 달러를 사 모으기 시작할 경우, 달러에 대한 북한 원화의 환율이 1만원대, 1만 5천원대로 급격히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 북한은 최근까지 환율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로 점점 더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북한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감소하는 반면, 외국에서 물자를 계속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외환 보유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브라운 교수는 북한에서 달러뿐 아니라 중국 인민폐와 같은 외화구매 투기 현상이 일어나고 북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북한돈으로 월급을 받는 일반 북한 주민들은 그 만큼 물가 상승의 고통을 겪게 되고, 이는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에서 이 같은 환율 불안정 현상이 이어진다면 미국은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환율 안정을 도와주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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