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재 장기화 시 소득감소-생산위축 악순환 겪을 수도”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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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 구호 아래서 기관차수리를 하고 있는 고원철도분국 고원기관차대 노동자들의 모습.
'자력갱생' 구호 아래서 기관차수리를 하고 있는 고원철도분국 고원기관차대 노동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북한 내 생산 활동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펴낸 ‘대북제재 강화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가 현재까지는 ‘버티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재가 장기화되면 결국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재의 수출 급감이 주민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북한 내 생산 활동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대북제재 장기화로 수출이 감소하는데 수입은 유지하려고 하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됩니다. 따라서 북한 산업에 대한 투자 축소와 동시에 산업 전반에 중간재 투입이 감소하면 전체적인 산업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이후 대북제재가 강화됐지만 북한 경제가 아직까지는 이른바 ‘그럭저럭 버티기’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북제재의 부정적인 영향이 주로 광업과 중화학공업 부문에 집중된 반면 식량과 에너지 수급 등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산업생산과 시장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지난 1990년대와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수출과 소득 감소, 코크스·철강 등 광업과 중화학공업에 필요한 중간재 공급 감소는 당시와 같은 상황이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은 제재 이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농림어업·경공업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간재는 물건을 완성하기 전 중간 단계에서 부품 등으로 공급되는 재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최근 북한이 곡물과 곡물가공품을 비롯한 식료품·음료 제조 관련 수입을 늘린 것은 제재에 대비해 식료품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중간재 조달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의 원유 수입을 기존 수준에서는 유지하도록 하고 있고, 농업 부문에 대한 중간재 투입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할 때 원유나 중간재 투입이 감소하지 않아서 당시의 식량위기 같은 충격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장기화돼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훨씬 큰 상태가 이어지면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고, 지금 북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간재 수입까지 줄어들면 북한 경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해 베트남, 캄보디아의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북한의 수출 감소를 간접적으로 계산한 만큼 북중무역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밀무역 등의 규모에 따라 주요 분석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교역 통로가 중국으로 집중되면서 북한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종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2일 열린 ‘대북제재 효과의 재평가’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대중 수출이 제재 후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수출 품목 수가 줄어들고 수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질적으로는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수요독점적인 위치를 점했고, 북한이 대중국 가격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교역이 중국에 집중된 현 상황이 북한에는 손해, 중국에는 이득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또 2016년 이후 북한의 외화수급 차단에 초점을 둔 대북제재로 북한의 특권층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제재가 장기화되면 주민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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