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환율통제 실패…통화 가치 대폭락”
2024.11.26
앵커: 북한의 통화 가치가 4분의 1수준으로 대폭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에서 곧 ‘화폐개혁’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자 북한 당국은 거짓 소문이라며 소문 관련자들에게 엄격한 처벌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 통화 가치가 연초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락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26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중 국경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달러 대비 환율이 올해 4월까지 8천원 정도였으나 이달 20일 기준으로 신의주에서 3만 2천원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7개월 만에 북한에서 달러 대비 환율이 2만 4천원이나 치솟은 겁니다.
북한 통화 가치가 급락한 건 북한 당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무역이 재개되고, 이에 따라 수입품 구매용 외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습니다.
미 연구기관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가론 국장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북한 내에서 실행중인 ‘20X10 정책’으로 수입품 구매용 외화 수요가 클 거라고 말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 이는 국경 개방과 무역 재개로 시작되었지만, 동시에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무역 개방과 유입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새로운 ‘20X10 정책’이 달러 수요를 실제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특히 ‘20X10 정책’의 경우,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계와 도구의 수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계를 수입하려는 기업들이 기계를 구매하려면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 원화에 압력을 가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요인과 함께 시장 내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가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국가가 과거와 같은 환율 통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또, 국가 통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물자를 유통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경제 정책에 대한 주민 불신감도 통화 가치 폭락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에서 올해 9월 '연내에 화폐개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주민이 총살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화폐개혁의 소문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 돈을 팔고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었다고 신문은 밝혔습니다.
이에 지난달에는 북한 당국이 내부 문서를 통해 '유언비어를 흘리고 통화 안정을 저해하는 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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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17일부터 달러 환율이 대폭 올랐다”면서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의류 등 모든 물가가 동시에 오르는 추세”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건설 노동자들이나 생산 공장의 종업원들은 연중 하루의 휴일도 없이 출근해야 겨우 1년에 100달러를 벌까말까한 황당한 상황이 조성되었다”면서 “당에서 올해 초부터 환율을 안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지만 물거품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올해 3월 환율안정사업에 대한 내각 행정명령 제1 호와 이것을 정확히 집행하기 위한 해당 기관들의 공동지시 제10호를 시달하고 지난 4 월 5일에는 “국가의 통제권밖에서 물자를 유통시키거나 외화를 암거래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포고문을 하달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