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민들 “부실한 살림집 들어가기 무섭다”
2024.11.26
앵커: 지난 여름 홍수 피해를 입은 압록강 섬 지역에 건설중인 주택이 완공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입사일이 멀지 않은 건데 기뻐해야 할 수해 주민들이 엉망으로 지어진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7월 말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의 압록강 섬과 주변 지역 수해복구와 주택건설에만 10만 명이 넘는 돌격대를 동원했습니다. 이들이 주야간 전투를 벌였으나 자재 부족 등 때문에 10월말로 예정했던 입사가 12월초로 늦춰진 상황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위화도, 어적도 등 압록강 섬 주택 건설이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며 “기뻐해야 할 수해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산청년영웅돌격대와 군부대가 타일붙이기와 가구 설치 등 내부 마감 공사를 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도 나무 심기를 비롯한 주변 환경 정리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며 “입사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새 집에 들어가 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일부 수해민들이 엉망으로 지어진 집이 무너지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수해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고층 주택이 당국의 ‘속도전’ 독촉에 날림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건설 지휘부가 각 돌격대 간, 각 건물 간 경쟁을 붙이다 보니 벽체가 완전히 마르지 않았는데도 다음 층을 연속 올리는가 하면 ‘입체식 건설’이라며 아파트 중간 부분에서는 6층을 올리고 그 옆은 5층을 올리고, 또 그 옆에서는 4층 벽체를 동시에 쌓는 등 건설이 마구잡이로 엉성하게 진행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고층 벽체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시멘트 혼합 비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의문”이라며 “새 집에 들어가 사는 과정에 갖가지 결함(하자)이 발생해도 추운 날씨라 보수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긴 겨울을 나야 하니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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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육지와 다리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위화도, 어적도 등에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데 농민인 수해민들은 아파트가 아니라 땅집(단층 주택)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보통 농촌에서는 봄 남새(채소)부터 가을 김장 배추 무까지 다 텃밭에서 자체로 해결한다”며 “돼지, 닭, 오리 같은 가축도 길러야 되는데 농민들은 텃밭이 없고 가축 키울 마당이 없는 집을 생각해본 적 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수해를 입기 전 위화도를 비롯한 압록강 섬에 있던 집은 대부분 땅집이거나 2~3층짜리 주택이었다”며 “집집마다 크진 않아도 강냉이, 감자, 남새 등을 심어 먹을 수 있는 텃밭과 짐승 우리가 있는 30평 정도 되는 울타리를 친 마당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건설되는 집은 거의 다 10~15층 아파트”라며 “수해민들이 텃밭도 없고 가축도 기를 수 없는 아파트 집에서 맨손 빨며 어떻게 살지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새 주택이 압록강 물가에 건설된 것도 문제”라며 “중국에서 우리 쪽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는지 새로 짓는 아파트가 중국과 가까운 강기슭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압록강 수해에 몇 번 혼난 섬 마을 농민들이 새 주택이 물가에 건설되는데 대해 별로 반기지 않는다”며 “당국이 농촌과 농민의 생활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겉보기에만 번듯한 고층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