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북한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 (3) “양곡판매소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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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공무원과 근로자들의 월급(생활비)을 인상하면서 일련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새해 들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양곡판매소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대회 이후 북한은 전국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무상이나 다름없이 식량을 나누어 주던 기존의 배급소 체계가 붕괴되자 새로 취한 조치였습니다.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이 장마당보다 낮은 가격으로 식량을 살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장마당에 의해 오르내리던 식량 가격을 국가가 주도해 안정화 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국가알곡생산량이 늘 부족했기에 양곡판매소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북한 당국은 근로자 1인당 하루 450그램씩, 한달에 열흘 분의 식량(쌀과 강냉이)을 양곡판매소에서 팔았습니다.

이런 대책에도 지난해 봄,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쌀 1kg 가격은 사상 최대치인 7천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8월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에서 올해(2023년) 1월부터 7월 사이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했고, 이는 최근 5년 평균에 비해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식량난에도 아랑곳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외화를 탕진했습니다. 그러면서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러시아의 의사도 거절했습니다.

이와 관련 당시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맨날 구걸바가지를 들고 다니다가 갑자기 농사가 잘 된 것 같으니 배부른 소리를 한다”며 “올해(2023년)는 어쩌다 하늘이 도와 농사가 잘됐지만 내년에도 하늘이 돕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허탈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12월 26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9차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은 “올해 알곡 103%를 증산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국가알곡생산계획은 6백만톤이었습니다. 103%이면 618만톤의 알곡을 생산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북한 당국이 전국 양곡판매소에 공급하는 식량의 양은 하루 평균 1만톤 정도로 한해 365만톤이면 주민들에게 식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 판매에 자신감이 붙은 북한 당국은 새해 들어 장마당 통제부터 시작했습니다. 장마당에 의해 식량 가격이 오르내리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론 양곡판매소에서 열흘 분의 식량 외에도 1인당 최대 10kg까지 식량을 더 살 수 있도록 허락했고 지난해 한달에 한번 열던 양곡판매소를 올해 들어 매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해처럼 한달에 열흘 분씩 판매하는 쌀은 장마당보다 낮은 5천4백원이고, 그외 허용된 10kg의 쌀은 장마당보다 비싼 6천2백원에 팔고 있다”며 “열흘 분씩 정상으로 팔아주던 쌀에 새로 허용된 10kg까지 합치면 한 사람이 한달에 14.5kg의 식량을 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장마당에서 일체 식량은 물론, 먹을거리를 팔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며 “오직 양곡판매소를 통해 식량과 먹을거리를 해결하라는 건데, 기본 생활비를 3만5천원으로 올렸다고 해도 양곡판매소에서 쌀 6kg을 살 돈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현재 장마당에선 식량을 팔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쌀장사꾼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사는데 북한산 쌀 1kg에 6천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양곡판매소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양곡판매소를 만들고 생활비(월급)를 높인 목적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냐?”고 반문하며 “장마당보다 비싸게 팔 바엔 양곡판매소는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소식통은 “장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식량이 다 있지만 양곡판매소에는 국가가 보장하는 식량 밖에 없다”면서 “국가에서 입쌀을 공급하면 입쌀만 판매하고, 강냉이를 공급하면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강냉이만 사서 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식량과 먹을거리는 양곡판매소와 백화점에서 해결한다 쳐도 당장 급한 의약품이나 땔감은 어디서 해결하냐?”며 “주민들의 생활안정에 필요한 조건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장마당부터 옥죄면 과거 화폐교환 시기처럼 장마당 물가가 열 배, 스무 배로 뛰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가적으로 양곡판매소의 식량판매량을 늘리면서 ‘올해부터 식량은 양곡판매소가 책임진다’고 했다”며 “그런데 현 상황은 양곡판매소를 통해 식량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을 옳아 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