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농민, ‘애국미’ 선 공제 결산분배에 반발
2023.10.25
앵커: 올 농사 작황을 크게 선전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 대한 연간 결산분배에서 애국미를 미리 공제하겠다고 밝혀 일부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농민들은 내각 농업성 산하 각 도, 시, 군 농촌경영위원회의 지도를 받아 마을(리) 단위로 조직화되어 있는 농장작업반 분조에 소속되어 일하고, 연간 노력공수(노동량)에 따라 결산분배를 받습니다. 결산분배는 국가알곡수매와 군량미 계획이 늘어나면 줄어드는데, 올해는 애국미 공제까지 더해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그제(22일) 은산군 읍 농장에서는 11월 말 시작되는 결산분배에서 애국미가 공제된다고 농민들에 포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애국미는 보통 농민들이 결산분배를 받은 후 농민들의 충성심에 호소하면서 거두어들였으나 올해처럼 결산분배에서 미리 공제하는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농민 1인당 연간 결산분배로 받게 될 현물알곡에서 공제되는 애국미는 쌀벼 50킬로”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일부 농민들은 1년 식량으로 분배받는 식량도 다 주지 않으면서 애국미 명목으로 50킬로나 강제로 제끼면(공제하면) 내년에는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며 작업반장에게 대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어제 정주군 농장에서도 11월에 진행되는 연간 결산분배에서 애국미를 미리 공제할 것이라고 포치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농민에게 연말 시행되는 결산분배는 농장의 총 생산량에서 국가알곡수매 등을 공제한 나머지를 농민의 노력공수에 따라 분배하는데, 농민 1인당 결산분배량은 보통 350~400킬로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의 영농자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농장마다 고리대자금으로 영농자재를 사들이고 가을에 알곡현물로 갚아주면서 농민들의 결산분배가 대폭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로 농사까지 안 됐는데도 군량미 징수까지 더해져 결산분배를 1킬로도 받지 못한 해도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당국이) 농업정책의 우월성으로 풍년이 왔다며 농민 1인당 200킬로 정도의 결산분배를 받게 된다고 선전하더니 애국미를 50킬로나 사전 공제하면 150킬로 밖에 안 된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농민들 속에서는 ‘애국미는 스스로 당에 바치는 게 아니냐’며 결산분배에서 강제로 애국미를 징수하겠다는 당국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평안남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 농장에서도 애국미 선 공제 조치가 시행될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