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석차 방한 중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첨단산업시설 단지를 참관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의 한국 산업시설 참관은 약 11년 만의 일입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테크노밸리 등 산업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산업시설을 참관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입니다.
테크노밸리는 한국 정부와 경기도,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조성한 첨단산업 단지입니다. 이곳에서는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에 대한 연구가 이뤄집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실증 단지 등도 구축돼 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15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방문했습니다.
리 부위원장과 이재명 지사는 20여 분 간 비공개 환담을 나눈 뒤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 주행차량인 ‘제로 셔틀’에 동반 시승해 1.5km 떨어져 있는 판교 제1테크노밸리로 이동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제로 셔틀을 시승한 소감을 묻는 한국 취재진에 농담 섞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 지금 시험 단계니까 우리도 실험 동물이 된 셈이죠.
제1테크노밸리에서는 3D프린터, 즉 3차원 입체물을 만들어내는 기계의 시연을 지켜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 부위원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좋겠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테크노밸리 참관 일정을 마친 북한 대표단은 선진과학농업의 산실로 평가받는 경기도 농업기술원도 둘러봤습니다.
이처럼 고위 인사가 포함된 북한 대표단의 한국 산업시설 참관은 지난 2007년 12월 전승훈 당시 내각 부총리 등이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번에 방한한 리 부위원장의 경우 지난 2004년 6.15 공동선언 4주년을 맞이해 한국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SK텔레콤 등의 산업 시설을 둘러본 바 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월북 작가인 이기영 씨의 아들로 대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 등 한국의 조문단을 개성에서 맞이한 인사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 총회에서 한국의 문희상 국회의장과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이날 저녁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남북 국회회담 추진과 민간 교류협력 등을 논의했습니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일정을 마친 리 부위원장은 16일에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진상 규명과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 국제대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리 부위원장은 18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대표단과 당국 차원의 접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8일에는 한국의 현대그룹이 금강산 현지에서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를 개최합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의 현직 국회의원 6명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임직원들, 취재진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 특구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합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행사는 사업자 차원의 순수한 기념 행사”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