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복구 돌격대 이어 주민들도 ‘생계형 도둑’으로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08.29
북 수해복구 돌격대 이어 주민들도 ‘생계형 도둑’으로 수해를 입은 평안북도의 한 지역 모습.
/연합뉴스

앵커: 양강도 수해 지역에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농촌의 수해민들은 도둑질로 끼니를 이어가고 여기에 수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까지 농작물을 도둑질하는 상황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7월 27일, 북한 압록강 유역을 휩쓴 폭우로 양강도 삼수군과 김정숙군, 김형직군의 농촌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수해복구가 한창인 이곳 농촌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난까지 겪고 있는데 농작물 도둑이 기승을 부려 올해 알곡 생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큰물 피해를 입은 압록강 인근 농촌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복구 작업에 제대로 동원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다 농작물 도둑이 기승을 부려 농장 밭은 물론이고, 개인 밭까지 초토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작물 도둑질은 아직 여물지 않은 옥수수를 이삭 채로 뜯어가거나 감자를 줄기째 뽑아 굵은 감자만 추려 가져가는 식으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남기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양강도는 삼수군과 김정숙군, 김형직군에 자체로 여맹돌격대와 청년동맹 돌격대, 당원돌격대를 투입해 압록강 제방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마을들은 농민들과 주민들을 동원해 산사태 정리 작업, 하천 정리와 사방야계(하천정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돌격대의 경우 국가에서 주는 식량으론 배를 채울 수 없는 데다 부식물은 자체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농작물 도둑질에 나설 수밖에 없고, 돌격대뿐 아니라 큰물 피해로 텃밭을 잃은 농촌 주민들도 끼니 해결을 위해 너도나도 도둑질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농촌 주민들은 도둑질해도 국가 공동재산인 농장 밭에만 손을 댈 뿐, 도덕적으로 개인 밭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도시에서 살다가 수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은 농장 밭, 개인 밭,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삼수군과 김정숙군, 김형직군은 양강도의 주요 곡창지대”라면서 “지금 한창 강냉이와 감자가 여물어가고 있는데 도둑들이 밭을 난도질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한숨지었습니다.

 

소식통은 “가을이 멀지 않은 요즘 강냉이는 정보(0.99ha)당 하루 100kg, 감자는 정보당 하루 1톤씩 성장한다”며 “한창 자라는 강냉이와 감자에 손을 대면 성장을 멈추고 죽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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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8일 “큰물 피해를 입은 압록강 인근 양강도 농촌 주민 속에서 오늘 당장 아사자가 나온다고 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수해민에 대한 식량 지원은 있었으나 이마저도 수해로 집을 잃은 세대만으로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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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당과 정부 간부들이 지난 28일 청년절을 맞아 평안북도 피해복구 전구 등 주요 건설장과 각지 기관을 방문해 명절을 맞는 청년들을 축하해주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지난 8월 10일, 큰물 피해로 집을 잃은 압록강 인근 농촌 가정들에 강냉이 40kg, 입쌀 20kg씩 식량공급(4인 가족 1달분)을 했다”며 “집이 있는 사람들(수해에도 집이 유실되지 않은 사람)은 제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지역 주민들은 집이 무사히 남았다고 해도 텃밭이 물에 잠겨 식량 보탬을 할 농작물이 모두 썩어버렸다”면서 “여기다 밥술을 뜨는 사람은 모두 수해복구에 동원되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나 산열매를 딸 사람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제는 한창 (양강도에서) 강냉이와 호박, 햇감자를 먹을 계절이지만 큰물 피해를 입은 농촌에는 먹을 것이 없어 바깥 출입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집을 잃지 않은 주민들에게도 식량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먹을 것이 없는 주민들은 농작물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수해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마저 밤중에 무리를 지어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며 “농장 관리위원회와 초급당위원회에서 상급조직들에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상급 조직들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가을철이 가까워지면 농작물 도둑을 막기 위해 시, 군 안전부(경찰)에서 농촌들에 무장자위대를 조직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 시기부터 무기 관리 규정이 엄격해져 농촌에 무장자위대를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둑들은 밤중에 몽둥이와 낫을 가지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농장에서는 몇몇 농민들만 몽둥이를 들고 경비를 서게 한다”며 “경비 임무를 맡은 농민들은 도둑들을 눈앞에서 뻔히 보아도 소리를 못 지르고 고스란히 도둑질을 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수해복구는 사람들을 동원해 무너져 내린 토사를 처리하고 돌을 날라 석축(옹벽)을 쌓는 일”이라며 “하루 종일 토사를 치우고 돌을 나르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수해복구는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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